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2025-04-15 20:03:00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직인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미래성장위)가 부산·울산·경남(PK) 대선 공약으로 ‘김해국제공항 폐쇄·이전’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해공항 여객 기능을 가덕신공항으로 흡수시켜 가덕신공항 일원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수십 년간 계획이 뒤집혀 온 가덕신공항 유치 사업이 이제 막 첫 삽을 뜬 이때, 김해공항 폐쇄라는 돌발 변수가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 대권주자들이 공약으로 확정하기 전까지 사업 경과와 지역 민심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경제 공약 싱크탱크 미래성장위 핵심 관계자는 15일 “가덕신공항을 물류 중심으로 육성하기 위해 김해공항 기능을 가덕신공항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래성장위는 민주당이 대권주자의 집권 이후 정책 발굴을 담당하는 당 싱크탱크 기구다. 이재명 예비후보의 당 대표 재임 시절 발족됐다. 사실당 당내 유력 대권주자인 이 대표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당 기구로 알려져 있다.
계획이 실현되면 가덕신공항에서 국내·국제선이 모두 운영되며 김해공항의 여객 기능은 가덕신공항으로 흡수된다. 현재 활주로 1본 설립 계획으로 첫 삽을 뜬 가덕신공항에는 김해공항 부지 매각금을 투입해 활주로를 확장하겠다는 그림이다.
문제는 김해공항 폐쇄가 가덕신공항 활성화 계획의 전제라는 점이다. 미래성장위 측은 가덕신공항의 경제성을 극대화한다는 취지에서 ‘김해공항 폐쇄’ 안을 도출해냈다. 국내선은 김해공항, 국제선은 가덕신공항으로 분리 운영 시 가덕신공항과 김해공항 모두 ‘반쪽 공항’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활주로 1본 건립을 계획으로 진행 중인 가덕신공항에 제2 활주로를 추가하기 위해 설계 변경을 할 경우 가덕신공한 건립 시간표만 늦추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렇다고 현 공사를 그대로 진행하되 구체적 예산 확보나 일정 없이 향후 추가로 제2 활주로를 짓겠다는 애매한 계획만으로 김해공항을 폐쇄할 경우, 제2 활주로 건설만 하세월이 되고 부산은 활주로 1본만으로 하늘길을 오르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게다가 부산 시내에서 접근성이 편리한 김해공항 폐쇄로 서울·제주 등 국내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부산시당 측은 “아직 검토 단계로 공약화 여부는 정해진 바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이 예비후보의 정책과 공약 발굴을 담당하는 미래성장위에서 ‘김해공항 폐쇄’ 안을 무게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보궐선거 특성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당 정책기구 논의를 거친 정책들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보수·진보 진영 대권주자를 통틀어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예비후보의 당 정책기구에서 거론됐다는 점만으로 지역 사회에 파장이 커진다.
수십 년간 6번의 정부 용역 과제 검토, 2번의 백지화 등 숱한 고비를 거쳐 지역 주민들의 염원으로 일궈낸 가덕신공항 건설 사업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또다시 엎어질까 우려 목소리가 커진다. 가덕신공항은 활주로 1본·2029년 개항을 목표로 이미 건립 첫 삽을 떴다. 이 가운데 갑작스러운 계획 변경은 오히려 공기를 늘리고 정치적 논란 불씨를 다시 지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대선 공약으로 ‘김해국제공항 폐쇄·이전’ 방안을 검토한 바 없다”며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는 민주당 조직이지 이재명 캠프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