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싱크홀 관리 ‘총체적 무능’에 빠졌다

감사 결과 ‘솜방망이 징계’ 그쳐
연일 대책 내놓지만 사후약방문
착공 전 배수로 부실 경고도 무시
지난 달 땅꺼짐 조사는 아예 빠져
시민 불안 잠재우기엔 역부족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2025-04-23 21:29:00

23일 오전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 사상구 등 유관 기관이 싱크홀이 발생했던 사상구 학장동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3일 오전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 사상구 등 유관 기관이 싱크홀이 발생했던 사상구 학장동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건설 현장 인근에 잇따라 발생한 싱크홀에 부산시가 연일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민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사후약방문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의 현장 인근 싱크홀 감사 결과도 행정 지도 성격에 머무르고 있고 주무 기관인 부산교통공사도 “싱크홀이 지하철 공사와 연관성을 100% 확인할 수 없다”며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 불안을 해소할 만한 부산시 차원의 실질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사상~하단선 싱크홀 피해 구간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20일간 감사를 진행했다. 시 감사가 진행된 구간은 사상~하단선 2공구인데 이달 연이어 싱크홀이 터진 1공구와는 450m가량 거리가 있다. 시는 감사가 사상~하단선 전반에 대한 감사라고 밝혔지만, 6개월 전 현장 조사 결과로 이달 발생한 싱크홀의 구조적 문제, 대책을 마련하기는 무리가 있다.

감사 결과도 구체적인 싱크홀 원인 대신 행정기관 간의 행정 오류, 직원 징계 등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시민 불안 해소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시 감사 결과는 부산교통공사가 시공사 공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보고하지 않은 점 등을 집중 지적했다. 싱크홀이 향후 공사 구간에 더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지난달 발생한 싱크홀을 포함해 특정 구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지반침하에 대한 종합적인 원인과 대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윤희연 시 감사위원장은 “이번 감사는 2공구에 대해 이뤄졌고, (4월 싱크홀이 발생한) 1공구는 명확히 들여다보지 않았다”며 “시에서 가동한 특별대책TF에서 원인 분석을 하고 대책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TF 결과에 따라) 추가 감사가 필요할지 확인해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공사를 진행하는 교통공사의 싱크홀에 대한 입장이 싱크홀을 대하는 시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점도 향후 대책 마련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낸다. 2023년부터 14차례 싱크홀이 사상~하단선 공사 구간 일대에서 발생했지만 교통공사는 공사와 싱크홀의 직접적 연관성은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싱크홀 원인으로 꼽힌 측구(도로 양 옆 배수로) 문제에 대해 부산교통공사와 사상구청이 착공 전 이를 알고도 묵인한 사실이 〈부산일보〉 취재 결과 확인되면서 공사 전 과정에 대한 추가적인 감사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날 열린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도 시와 교통공사의 미흡한 싱크홀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병진 부산교통공사 사장은 “웬만한 대형 공사에서는 기존에 설치된 지하 매설물과 측구 등이 버틸 수가 없다”는 취지로 싱크홀 원인에 대한 질의에 답하자 박진수(비례) 의원은 “교통공사의 전반적인 답변이 미약하다”고 비판했다. 송우현(동래2) 의원은 시민 불안을 종식시킬 수 있도록 교통공사의 설명회와 부산시 차원의 대대적인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부산시가 내놓은 사상~하단선 구간에 월 1회 지표 투과 레이더(GPR) 탐사, 지질 상태 확인을 위한 보링 조사와 함께 보다 실질적인 지하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부산시가 내놓은 GPR 탐사는 큰 효용이 없다. 보링 조사도 설계 때 하는 것”이라며 “지하터널을 공사할 때 품질 관리와 지하수 관리가 핵심이다. 차수벽 공법을 철저히 감독하고, 공사 중에도 토사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 싱크홀 징조를 읽어내는 게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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