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 2025-04-29 18:41:55
대규모 국책사업인 가덕신공항 공사의 정부 입찰 조건을 무시한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현대건설이 기본설계안에서 공사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교통부와 부산시는 컨소시엄의 공사 연장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2029년 12월 개항 목표를 계속 유지하며 압박에 나섰다.
29일 부산시는 전날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국토부에 제출한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기본설계안의 내용을 자체 파악한 결과 기본설계안에서 제시한 공사 기간 연장안의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측은 기본설계안에서 정부가 입찰공고에서 제시한 공사 기간인 84개월(7년)을 어기고 108개월(9년)이 필요하다고 제출했다. 이에 국토부는 즉각 현대건설에 기본설계 보완과 함께 공사 기간을 다르게 제시한 구체적인 사유와 설명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시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기본설계안에서 △매립 공사 전에 물막이 구조물(케이슨) 설치를 완료하고 △연약지반에 흙을 쌓아올려 지반을 다지는 공정에 대해 정부가 기본계획에서 설정한 기간보다 각각 7개월과 17개월이 추가로 소요된다고 산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문제는 현대건설이 지반을 다지는 공정에 17개월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기본설계 과정에서 공항 주요 시설이 포함되는 동측 부지에서는 추가 시추 조사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추 조사는 토질의 성질을 파악하기 위한 기본적인 절차로, 정부는 기본계획에서 이미 동측 42공, 서측 10공, 중앙 7공의 시추 조사를 거쳐 지반을 다지는 관련 공정을 공사 기간에 반영했다.
시 관계자는 “공항 시설이 몰려있는 동측 부지가 지반 성격 면에서도 해당 공정의 핵심인데, 여기에서 시추 조사도 하지 않고서 기본계획에 반영된 토질 데이터를 그대로 활용해 17개월이나 더 필요하다는 전혀 다른 결론을 냈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측은 서측 부지는 시추 조사를 했고, 동측은 조사를 계획했지만 어민들의 반발 때문에 하지 못 했다는 입장이다.
케이슨 매립 공정에 대해서도 시는 케이슨 설치와 매립을 동시에 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건설사가 정부 입찰의 약속이나 설계와 시공을 일괄로 수행해 기술 경쟁을 촉진한다는 턴키 방식의 취지를 무시하고 수익성만을 고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부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기를 84개월로 반영한 기본설계안을 보완해 내놓지 않는다면 재입찰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김도읍 의원의 관련 질의에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요구한) 보완 내용과 전문가가 기술적으로 검토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항과 준공 일정이) 당초 약속대로 지켜지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2029년 12월 개항과 공사 기간 7년은 정부가 기술과 안전성 검토를 마치고 기본계획으로 고시한 국가의 약속”이라며 “정부는 한시도 지체 없이 신속하고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