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많았지만 행복”…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 66년 노래 인생 마침표

마지막 콘서트서 팬들에 인사
첫 곡은 ‘노래는 나의 인생’
‘열아홉 순정’ ‘동백 아가씨’ 열창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2025-04-28 11:08:48

가수 이미자가 지난 27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 맥(脈)을 이음’ 무대를 끝으로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쇼당 이엔티 제공 가수 이미자가 지난 27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 맥(脈)을 이음’ 무대를 끝으로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쇼당 이엔티 제공

“가수 생활을 오래하면서 고난도 많았지만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엘레지의 여왕’ 가수 이미자(84)가 지난 27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 맥(脈)을 이음’ 무대를 끝으로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66년간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노래로 국민을 위로했던 그는 마지막 무대에서 “팬 여러분께 은혜를 입은 사람으로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 외엔 더 보탤 게 없다”고 했다.

단아한 정장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한 이미자는 ‘노래는 나의 인생’으로 관객을 맞이했다. 이후 데뷔곡인 ‘열아홉 순정’을 비롯해 ‘황혼의 부르스’, ‘기러기 아빠’ 등 자신의 대표곡들을 불렀다. 그가 동백 꽃잎 흩날리는 배경 앞에서 ‘동백 아가씨’를 열창할 땐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마지막 곡인 ‘섬마을 선생님’을 부르기 전에는 “세종문화회관이 떠나가도록 함께 불러 달라”고 말한 뒤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자는 이날 전통가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걸어온 길이 오래됐는데 굉장히 어렵고 고달픈 일이 많았다”면서 “우리 세대가 끝나면 전통가요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가요의 노랫말에는 나라 잃은 설움과 아팠던 기억들이 담겨 있다”며 “한 세대에만 전통가요를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수 이미자. 쇼당이엔티 제공 가수 이미자. 쇼당이엔티 제공

다만 이미자는 이번 공연에 ‘은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대신 오랫동안 불러온 전통가요에 헌정하는 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미자는 더 이상 자신의 이름을 내건 콘서트도 신곡 발표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은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괴롭다”고 했다. “은퇴라고 해놓고 TV에 나오면 ‘은퇴해 놓고 화면에 또 나오네’ 하는 말을 듣게 되잖아요. TV에 나와 후배 가수들에게 조언해줄 수도 있고, 후배 공연에 찬조 출연을 해서 한 곡이라도 부를 수도 있고요.”

1959년 데뷔한 이미자는 560여 장의 앨범과 2000여 곡의 노래를 발표했다. 굴곡진 한국 현대사와 궤를 같이하며 노래로 국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한국 대중가요사의 주축으로도 불린다. 2002년엔 방북해 평양 공연에 참여했고, 2013년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위로하는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2023년엔 대중음악인 최초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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