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5-05-07 17:38:39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문수 대선후보 간 ‘단일화’를 둘러싼 ‘강 대 강’ 대치가 7일에도 이어졌다. 당 지도부는 ‘단일화 찬반 당원 여론조사’를 강행하며 ‘11일 시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김 후보 측은 당무우선권을 내세우며 당 지도부의 개입을 일절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당 지도부는 김 후보의 ‘변심’에 대해 ‘대권 이후 당권 장악 의도’라는 시각을 드러내고, 김 후보 측에서는 “한덕수 후보로 바꿔봐야 마이너스 효과”라며 완주 의지를 노골화하는 등 감정의 골마저 깊어지고 있다. 다만 당 소속 의원들은 이대로는 ‘대선 필패’와 ‘공멸’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양측이 어떻게든 접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실낱 같은 기대를 버리지 않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 후보와의 단일화에 전격 합의만 한다면 조사 방법과 시기에 대한 실무 논의를 거쳐 8∼10일 중 여론조사를 실시, 후보 등록 마감 직전인 11일 단일화를 완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1일이 넘어가면 이후 한 후보로 단일화가 되더라도 한 후보는 기호 2번을 쓰지 못하고, 당이 선거비용을 지원해도 국고에서 보전 받을 수가 없다. “11일 이후 한 후보로 단일화 되면 당은 파산”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당 지도부가 11일 시한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단일화 효과 뿐만 아니라 현실적도 측면도 있는 것이다. 이에 당 지도부는 전날 김 후보의 중지 요청에도 이날 당원들을 대상으로 단일화 찬반 여론조사를 강행했고, 일부의 목소리긴 하지만 끝내 후보 등록 전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대선 후보를 교체하는 ‘플랜 B’ 시나리오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런 극단적 방안이 실행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김 후보 측의 지금까지 행보를 감안하면 11일이라는 단일화 시한을 수용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당 지도부의 신속한 단일화 압박은 사실상 한 후보로의 단일화를 상정한 시나리오라는 게 김 후보 측의 시각이다. 김 후보 측은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오는 25일 전까지만 성사되어도 단일화 효과가 있다는 본다.
사실상 김 후보의 ‘버티기’는 단일 후보로서 본선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분명하게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당대회 이후 한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고, 특히 당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한 후보의 중도 포기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김 후보 측이 성사 가능성이 희박한 개혁신당 이준석,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까지 포함한 ‘원샷 단일화’를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일화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후보 측은 이날 전직 의원 210명의 지지 선언과 전당대회 개최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당 지도부의 압박에 실력 행사로 맞섰다. 김 후보 측근인 차명진 전 의원은 “더 이상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는 없다”며 "김문수를 한덕수로 바꿔봐야 지지율을 보태는 게 아니라 후보 교체에 불과하다. 그것도 마이너스 효과”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후보 측이 완강한 버티기에 들어가자 당 일각에서는 11일에 집착하지 말고 단일화 시기를 열어두자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김 후보를 만난 나경원 의원은 “무소속 후보도 선거 끝나면 비용 보전받을 수 있고, 개별 당원의 지원이 가능하다”며 “후보 등록일에 너무 매몰되는 것도 좀 열어서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후보의 입장을 일부 수용해 어떻게든 단일화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취지지만, 단일화 효과가 크게 반감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당내 비관적인 전망이 짙어지는 분위기다.
다만 한 후보가 이날 김 후보와 회동 직전 ‘11일까지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치면서 막판 변수가 될 지 주목된다. 김 후보가 버티기를 이어갈 경우, 단일화 결렬의 책임은 김 후보가 고스란히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대선 운명을 가를 단일화가 7~8일 사이에 중대 분수령을 맞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