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부적격 판정에도... 변광용 거제시장, 공사 대표 임명 강행

거제시 10일 오전 임명장 수여
여소야대 정국 야당 반발 예상
여당 내부서도 반대 목소리 커
살얼음판 의회 관계 악화 우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2025-06-09 10:50:07

지난 4일 열린 거제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제3차 회의 모습. 노재하 위원(왼쪽)이 지영배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임용 후보자를 상대로 질의를 하고 있다. 거제시의회 유튜브 캡처 지난 4일 열린 거제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제3차 회의 모습. 노재하 위원(왼쪽)이 지영배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임용 후보자를 상대로 질의를 하고 있다. 거제시의회 유튜브 캡처

속보=변광용 경남 거제시장이 시의회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은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지영배(69) 사장 후보자(부산닷컴 6월 8일 등 보도) 임명을 강행한다.

하필 여소야대 정국에 야당 반발이 불 보듯 뻔한 데다, 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자칫 정치적 부담만 가중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민생회복지원금 밀어붙이기에 뿔난 야당을 더 자극해 가뜩이나 살얼음판인 의회와 관계가 더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거제시는 10일 오전 10시 30분 시장실에서 지영배 사장 임명장 수여식을 연다.

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달 새 사장 후보 공개모집을 통해 지영배 전 신현농협장과 박경호(70) 전 현대건설 부사장을 최종 후보자로 추렸고, 변 시장은 지 전 조합장을 낙점했다.

지 후보자는 진주산업대학을 졸업, 농협에 일반 직원으로 입사해 2006년 신협농협장 당선을 시작으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조합장 임기 중 국립경상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따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또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대우조선매각범시민대책위원장 등을 맡아 사회 활동에 적극 나섰고, 작년 국회의원 선거 땐 개혁신당 후보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지영배 사장 내정자. 부산일보DB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지영배 사장 내정자. 부산일보DB

야당에서 임명 반대 기류가 감지됐지만 발목이 잡힐 정도는 아닌 것으로 봤다.

현재 거제시의회는 국민의힘 8명, 더불어민주당 7명, 무소속 1명이다.

반면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뒤 적격 여부를 판단할 특별위원회는 민주당 4명, 국민의힘 3명으로 구성됐다

표결 시 민주당이 우세한 구조인 데다, 위원장도 민주당 이태열 의원이 맡았다.

게다가 변 시장 재선거 취임 후 지명한 첫 산하 기관장인 만큼 무난히 적격 판정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특위는 지난 5일 제255회 제1차 정례회 제3차 회의에서 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태열 위원장은 “공사 수장으로 전문성에 대해 의문점이 있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면서도 “부단히 노력하겠다는 자세와 농협 조합장으로 입증한 탁월한 성과 역량도 있고, 노하우를 거제시를 위해 쏟아붓겠다는 강한 의지와 헌신의 자세도 보인다”고 했다.

최양희 위원도 “지역에 70여 년 살아온 애향심, 농협 조합장으로서 경영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면서 “공사를 운영하는 데 다소 부족하고 미흡한 점이 있지만 충분히 준비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거들었다.

반면 노재하 위원은 “공사에 대한 업무 이해와 정책수행 능력, 자질과 이해력이 부족하다”며 “공사 업무를 총괄하는 사장으로서 정책 시행 능력과 식견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정명희 위원은 후보자 학력 문제를 제기하며 “공사 사장은 누구보다도 깨끗하고 투명해야 한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진학) 학력에 대한 답변이 명쾌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거제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지난 5일 제4차 회의에서 지영배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임용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담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노재하, 김동수, 정명희 의원이 종합의견 ‘적격’에 대해 반대 거수를 하고 있다. 거제시의회 유튜브 캡처 거제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지난 5일 제4차 회의에서 지영배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임용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담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노재하, 김동수, 정명희 의원이 종합의견 ‘적격’에 대해 반대 거수를 하고 있다. 거제시의회 유튜브 캡처

찬반 토론이 이어지자 이태열 위원장은 ‘임용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종합의견 적격’ 채택 여부를 표결에 부쳤다

거수 투표 결과 민주당 이태열·최양희·이미숙 의원은 찬성, 민주당 노재하 의원과 국민의힘 김동수·정명희 의원은 반대에 손을 들었다.

국민의힘 조대용 의원은 표결에 불참했다. 찬반 가부동수 땐 부결된 것으로 한다. 때문에 보고서 종합의견은 ‘부적격’으로 결론냈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는 거제시가 지방공기업으로 사장 임면권자는 거제시장이다.

인사청문 보고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시의회가 부적격 의견을 내도 시장 의지에 따라 임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은 오롯이 시장이 져야 한다.

산하 기관장 임명을 두고 ‘측근 인사’, ‘보은 인사’라는 오명을 벗고 도덕성·전문성·업무수행 역량을 검증하는 장치로 도입한 인사청문회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나쁜 선례라는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거제시 산하 기관장 인사청문회는 2023년 12월 관련 조례 제정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여당 의원 중에 반대가 나왔다는 게 의외다. 민생회복지원금 재논의를 앞두고 한 명이라도 우군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결코 달갑지 않은 결과”라며 “내년 지방선거도 코앞이라 비판 여론에 대한 부담도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에 대해 변광용 시장은 “의회 의견을 존중하고 지적 사항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다만 경험이나 전문성 부족은 직을 수행하며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요소”라며 “가장 중요한 건 성과를 내는 거다. 우려가 희석되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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