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도시’ 경남 거제시 인구가 주력 산업인 조선산업 초호황에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앞선 장기 불황과 고강도 구조조정 후유증에 인력난 역풍을 맞은 이후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줄곧 감소세다. 무엇보다 청년층은 쪼그라드는데 노년층은 불어나는 고령화 현상이 뚜렷하다.
여기에 정부의 단편적인 인력난 해소 정책으로 인해 내국인은 줄고 외국인은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까지 드러나고 있어 인구와 산업을 아우르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거제경실련)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거제 인구 동향을 보면 3월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는 23만 1954명으로 1월(23만 2777명) 대비 826명 줄었다. 저출산 여파로 출생보다 사망이 많은 자연감소 추세가 여전한 데다, 전출이 전입을 초과하는 순유출 현상도 심화한 탓이다.
고령화도 심각하다. 1월 말 8만 8764명으로 전체의 38.13%였던 20~49세 인구 비중은 3월 말 8만 7852명으로 912명이 줄어 37.88%로 떨어졌다.
반면, 50~80세 이상은 9만 8874명 42.48%에서 9만 9528명 42.91%로 늘었다.
인구는 감소하는데 세대수는 증가하는 현상도 벌어진다. 가족 단위 가구는 빠져나가고 1인 가구만 유입되고 있는 탓이다. 실제 1인 가구는 1분기 동안 408세대 증가해 전체(10만 6300세대)의 약 39%를 차지했다.
조선업이 활황이던 2000년대 초반 30만 명에 육박했던 거제시 인구는 2015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당시 해양플랜트 부실로 대형 조선사들이 조 단위 손실을 떠안고 발주 시장마저 얼어붙자, 정부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일감이 바닥난 상황에 감원 칼바람까지 불면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하나, 둘 거제를 등졌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원청과 사내·외 협력사를 포함해 8만 명을 훌쩍 넘겼던 조선업 직접 종사자 수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 기간 가족 등 간접 종사자까지 모두 더해 거제를 떠난 인구는 최소 6만 명 이상으로 집계된다. 이 유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다 2022년을 전후해 업황은 살아났지만 떠난 노동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불황을 거치며 임금 수준이 크게 낮아진 이유도 있지만 구조조정에 심하게 덴 탓이다. 경기 부침이 심한 조선업 특성상 호황이 지나면 언제든 다시 칼바람을 맞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 때문에 조선 업계에서는 일감은 넘쳐나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심지어 이대로는 수주한 선박 납기를 맞추기 힘들 것이란 우려와 함께 조선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외국인 노동자 확대였고, 거제 조선업계에도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수혈됐다.
덕분에 거제 지역 외국인 수는 같은 기간 1만 5103명에서 1만 5378명으로 275명 늘었다. 특히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배후 도심인 장평동과 아주동, 옥포동을 중심으로 외국인 증가세가 뚜렷했다. 국적별로는 베트남, 스리랑카, 네팔 출신이 많았다. 체류 자격은 국민기능인력과 제조업 종사자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으로 급한 일손은 구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일자리 대부분을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면서 정작 지역 노동자는 일자리를 찾아 거제를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외국인 노동자들은 급여 대부분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실정이라, 지역 경제에는 긍정적인 소비 효과를 주지 못한다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거제경실련은 내국인 감소와 외국인 증가라는 거제시의 상반된 인구동향은 도전 과제를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조선업 경기 회복이 지역에 긍정적인 신호임에는 분명하지만 동시에 지역의 인구 구조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내국인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역의 장기적 성장 기반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인구 정책과 산업 정책을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건 결국 지역 사회가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