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전쟁’ 유해진 “난 복 받은 배우… 현재 삶에 감사”

IMF 실화 모티브 영화화
인정 많은 재무이사 ‘종록’ 역
‘행복’의 가치 중요하게 생각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2025-06-16 09:33:57

배우 유해진이 영화 ‘소주전쟁’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쇼박스 제공 배우 유해진이 영화 ‘소주전쟁’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쇼박스 제공

“흥행과 상관없이 의미 있는 작품이 있습니다. 때론 그 의미만으로 출연하기도 하죠.”

배우 유해진은 영화 ‘소주전쟁’ 출연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개봉 3주 차에 접어든 현재 이 영화의 관객 수는 27만 명에 불과해 아쉬운 마음이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에 출연해 의미가 있다고 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해진은 “좋은 입소문이 나서 영화가 뒷심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IMF 위기 당시 자금난에 휘청이던 국보 소주와 이를 헐값에 사서 비싸게 되팔려는 글로벌투자사 솔퀸 간의 싸움을 그린다. 유해진은 회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국보그룹 재무이사 종록을 연기했다. 돈과 출세를 중시하는 인범과 대립하는 인물이다.

유해진은 “누구의 가치관이 더 좋거나 옳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며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 것인가, 그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라고 햇다. 그는 “회사의 많은 사람을 지키려는 종록의 목표는 훌륭하다”면서도 “종록의 인정에 인범의 경제 관념이 더해지면 좋은 균형을 이룰 것 같다”고 했다.

영화 ‘소주전쟁’ 스틸컷. 쇼박스 제공 영화 ‘소주전쟁’ 스틸컷. 쇼박스 제공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작품을 하며 자연스럽게 IMF 당시가 떠올랐다. 유해진은 “사실 전 그때 IMF라 더 힘들고 하진 않았다”며 “극단 생활을 하면서 항상 워낙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홍릉에서 대학로까지 걸어 다니고, 소보로 빵 하나로 버텼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대단한 것 같다. 그 당시 종록 같은 인물들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인터미션(휴식 시간)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요즘 세대는 큰 걸림돌 없이 쭉 흘러가는 삶을 원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흐름에서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나’ 돌아보고 고민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영화 ‘소주전쟁’ 스틸컷. 쇼박스 제공 영화 ‘소주전쟁’ 스틸컷. 쇼박스 제공

1997년 영화 ‘블랙잭’으로 충무로에 발을 디딘 유해진은 자신이 해 온 모든 작품에 감사하다고 했다. 흥행이 안 되어도 의미만으로 충분한 작품들이 많았다. 유해진은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행복’이라고 말하며 “제가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해진아, 내가 70세까지 살아보니 돈 버는 것도 중요한데 세월은 금방 가더라. 돈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라’고 하신 걸 마음에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돈이 없으면 불행할 수 있지만, 행복의 기준은 각자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해진은 그런 점에서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먹고 싶은 음식도 마음껏 먹을 때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며 “복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계가 아직 힘들지만, 적당하게 일이 있다는 점에도 감사한 마음”이라며 “하루하루 귀하게 살아가려고 한다”고 했다.

차기작은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왕과 사는 남자’다. 그는 “오늘 밤에 문경으로 촬영을 간다”며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서 우리끼리는 ‘지금이 화양연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지금도 행복감을 자주 느껴요. 지금까지 잘 버텨준 내 자신이 대견하고, 현재의 삶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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