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에 떨어진 특명 “대기기간을 줄여라”

계약 후 1년 이상 기다려야 했던
카니발·쏘렌토·뉴 팰리세이드 등
그룹 경영진 대기 축소 주문 후
차량 인도 시간 절반 이상 줄어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2025-06-18 07:00:00

하이브리드차의 장기대기 고객을 줄이기 위해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노사협력, 생산라인 증설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 기아·현대차 제공 하이브리드차의 장기대기 고객을 줄이기 위해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노사협력, 생산라인 증설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 기아·현대차 제공
현대차 '디 올 뉴 팰리세이드'. 기아·현대차 제공 현대차 '디 올 뉴 팰리세이드'. 기아·현대차 제공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기아·현대차 제공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기아·현대차 제공

“하이브리드 장기대기를 줄여라!”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으로 전기차 시장이 주춤한 사이 하이브리드로 수요가 몰리면서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계약 후 고객 인도까지의 대기기간을 축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현대차와 기아 일부 모델의 경우 계약 후 고객 인도까지 1~2년씩 장기대기가 빚어지면서 고객 불만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국내사업본부와 해당 모델 생산 공장들은 협력업체 부품 공급 확대와 노조와의 협의를 통한 생산라인 증대 등으로 대기기간을 수개월씩 줄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17일 현대차와 기아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모델 가운데 대기기간이 가장 길었던 차는 기아 ‘카니발’ ‘쏘렌트’, 현대차 ‘디 올 뉴 팰리세이드’ 3종이다.

2023년 부분변경 모델로 출시된 카니발과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올 초만 해도 대기기간이 16개월에 달했고, 지난 1월 4세대 완전변경 모델로 출시된 신형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경우 지난 2월에만 해도 계약을 하면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이 걸렸다.

이처럼 하이브리드 모델 대기기간이 길어진 것은 가솔린 모델보다 하이브리드가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고, 하이브리드 전용 부품의 수급도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니발은 올 들어 5월까지 3만 5755대가 팔렸으며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 비중이 53.6%(1만 9172대)다. 쏘렌토는 이보다 높다. 올 들어 5월까지 전체 판매량 4만 3206대 가운데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3만 610대로 무려 70.9%에 달한다. 팰리세이드는 같은 기간 2만 5327대가 팔렸고 하이브리드는 본격 출시된 4월과 5월 2개월 만에 판매량(9694대)이 1만 대에 육박한다.

카니발과 팰리세이드는 이번 신형 출시 때 처음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됐는데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지면서 인기가 높다.

특히 신형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현대차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TMED-Ⅱ’가 처음으로 적용됐다. 기존 시스템과 원가 수준은 유지하면서도 성능과 효율을 크게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카니발 하이브리드와 달리 모터 합산 출력이 334마력으로 성능이 뛰어난 점, 1회 주유 시 10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해 높은 연료 효율성을 갖춘 점 등이 호응을 얻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한 번 충전으로 9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데다 각종 안전편의 장치가 풀체인지급으로 바뀐 것이 한몫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장기대기로 인해 지난해와 올 초만 해도 계약자들은 이들 모델을 기다리다가 중고차 구매로 돌아서거나 수입차로 이동하는 경우도 적지않았다. 중고차 시장에선 이들 모델이 신차보다 1000만 원 이상 웃돈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그룹 경영진은 대기기간을 축소해달라는 주문을 냈다.

기아 측은 모터와 인버터, 배터리 등 하이브리드 전용 부품과 1.6 터보 하이브리드 감마엔진의 수급 확대 등으로 3~4개월씩 대기기간을 줄였다. 생산공장인 오토랜드 광명(카니발)과 오토랜드 화성(쏘렌토)의 생산용량도 늘렸다. 기아 경영진은 물량 확대를 위해 기존 사업계획까지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신형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생산물량 확대를 위해 노사 협의까지 거쳤다. 이를 통해 기존 2·4공장에서만 생산하던 팰리세이드 라인을 5공장까지 늘릴 수 있었다. 기존 공장의 생산 라인도 설비 확대로 물량을 늘렸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현재 계약 후 인도까지 기간이 카니발은 8개월, 쏘렌토는 6개월이다. 신형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경우 지금은 6~8개월로 줄어들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수요가 늘었다고 해서 물량을 한꺼번에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협력업체, 노조와의 협의를 통한 물량 확대에 노력을 기울였고 성과도 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