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2025-07-24 08:00:00
이번 집중 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경남 진주시의 한 마을이 한국농어촌공사를 규탄하고 나섰다. 공사가 배수장 가동을 제대로 하지 않아 입지 않아도 될 피해를 입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공사 측은 호우 당시 안전 상의 문제로 가동 중단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23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진주시 사봉면 마성리는 지난 19일 마을과 논밭, 시설하우스 등이 수해를 입어 1년 농사를 망칠 위기에 처했다. 마성리는 인근 마을보다 비교적 지대가 높아 지금까지 침수 피해를 입은 적이 없어 주민들은 이번 침수 피해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주민인 이자야(76) 씨는 “비가 오는데 밖에 나가서 논을 보니까 전부 물에 잠겨 있었다. 나락의 모습조차 보이질 않았다. 마을 역시 물에 잠겼는데 거의 무릎까지 물이 찼다. 예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너무 무서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다른 주민인 허석구(66) 씨도 “벼와 깨, 마, 연근 등을 재배하는데 전부 물에 잠겼고 당장 손을 쓸 방법도 없다. 지금 조금 괜찮아 보여도 안쪽은 다 썩는다. 올해 농사는 사실상 망친 거다. 적게 잡아도 수억 원의 피해다”며 한탄했다.
마성리 주민들은 침수 원인으로 배수펌프장을 지목하고 있다. 해당 마을과 남강 사이에는 한국농어촌공사 진주산청지사가 운영하는 북마성 배수장이 설치돼 있다. 배수장 설치 이후에는 침수 피해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호우경보가 발령된 이후에도 배수장이 가동되지 않았다고 주민들이 주장하고 있다.
이장 정성훈(71) 씨는 “19일 유례없는 폭우가 내렸지만 배수장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오후 3시 30분께 현장을 방문하니 배수장에 이를 가동해야 할 직원이 없었고, 펌프도 가동되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취재 결과 19일 오전 호우경보 발령 당시 배수장에는 1명의 민간 근무자가 배치돼 있었다. 하지만 오후 1시 들어 남강 수위가 상승하자 이때부터 기계실 바닥이 침수되기 시작했다. 놀란 근무자는 농어촌공사에 대응을 요청했는데, 공사 측이 안전사고를 우려해 배수장 가동을 중단하고 근무자를 대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배수장에 물이 찬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계실이 침수될 경우 대규모 스파크나 감전, 합선으로 인한 인명 사고 우려가 있다. 또한 인명 피해가 아니더라도 전기적 문제로 배수장이 고장 나면 차후 비가 더 많이 올 때 이를 대비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자칫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가동 중단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같은 공사 측 설명에도 마성리 주민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들은 당시 현장에는 바닥에 물이 찼을 때 쓸 수 있는 양수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이마저도 가동된 흔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농어촌공사 측은 이를 운용했음에도 효과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양수기는 현재 농어촌공사가 수거해 간 상태다.
낙후된 시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농어촌공사 배수장은 대부분 물이 차도 가동되는 수중펌프를 쓰고 있다. 진주에 있는 61개 배수장 중에 북마성 배수장처럼 구형 횡축펌프를 쓰는 곳은 4곳에 불과하다. 농어촌공사 역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북마성 배수장 바로 옆에 새 배수장을 짓고 있는 중이다.
진주시의회 최민국(진성·사봉·지수·금산)의원은 “시설이 낙후됐으면 대비라도 철저하게 돼야 하는데 아무런 대비조차 돼 있지 않다. 관리자 인명 피해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충분히 대비가 돼 있었다면 이런 수해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