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개성 있다… 개체마다 냄새·목소리 다르게 반응

□개의 뇌과학/ 그레고리 번스
세계 최초 fMRI 통해 개의 뇌 활동 분석
개·인간 뇌 얼마나 유사한지 과학적 증명

사람 칭찬에 도파민 수용체 영역 활성화
주인 체취에 강한 정서적 반응 보여
사회적 인지 높아 개 권리 다시 생각해야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2025-07-27 09:00:00


반려견도 사랑을 느낄까? <개의 뇌과학> 저자는 개가 사람의 칭찬, 냄새, 언어 신호에 반응할 때 도파민 수용체가 풍부한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고 설명했다. 독자 제공 반려견도 사랑을 느낄까? <개의 뇌과학> 저자는 개가 사람의 칭찬, 냄새, 언어 신호에 반응할 때 도파민 수용체가 풍부한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고 설명했다. 독자 제공

개의 뇌는 어떻게 작동할까? 반려견은 어떻게 사람을 사랑하게 될까?

<개의 뇌과학>은 세계 최초로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기술을 활용해 개의 뇌 활동을 분석한 논문을 기반으로 출간됐다. 뇌과학자이자 반려견 심리학자인 저자 그레고리 번스는 윤리적인 실험을 통해 동물 뇌과학을 연구하며 사랑에 대한 개와 인간의 뇌 반응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과학적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개가 사람의 칭찬, 냄새, 언어 신호에 반응할 때 도파민 수용체가 풍부한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점을 밝혀냈다. 책에 따르면 모든 중심에는 바로 ‘뇌’가 있고, 따라서 개의 머릿 속을 이해하는 것은 반려견을 사랑하는 마음 이상으로 중요한 관계의 핵심 가치가 되어준다고 했다.

2012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에모리 대학교에서 실행된 ‘도그 프로젝트’라는 연구는 반려견의 뇌를 마취 없이 MRI로 촬영한 세계 최초의 연구다. 반려견의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공신력 있는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많은 연구자가 실패 가능성을 우려했던 실험을, 저자는 자신의 반려견 캘리와 함께 성공시켰다.


<개의 뇌과학> 저자는 개가 사람의 칭찬, 냄새, 언어 신호에 반응할 때 도파민 수용체가 풍부한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고 설명했다. 독자 제공 <개의 뇌과학> 저자는 개가 사람의 칭찬, 냄새, 언어 신호에 반응할 때 도파민 수용체가 풍부한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고 설명했다. 독자 제공

인간이 기쁨과 보상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의 '미상핵'이라는 부위를 개도 동일하게 사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미상핵은 도파민 수용체가 밀집된 부위로, 인간에게는 음식, 돈, 사랑 등의 자극에 반응한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개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느끼며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저자는 개가 주인의 체취에 강한 정서적 반응을 보이고, 보상 신호에 따라 미상핵의 활성화를 목격했다. 인간과 달리 개는 전두엽 대신 하위 측두엽이 감정과 인지를 처리하는데, 이 부위의 반응 패턴은 인간이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볼 때와 유사했다. 개도 특정 대상을 감정적으로 인식하고 감정 상태나 사회적 단서를 해석할 수 있으므로 인간의 마음에 가까운 인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인간과 개가 공유하는 감정 회로를 해부해 반려견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설명한다. 개가 새로운 행동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보상 체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개의 인지적 선택과 감정 반응이 반사적 조건에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도 했다. 개는 주인의 목소리, 냄새, 손짓 같은 자극에 섬세하게 반응하며 정서적 판단과 친밀감 형성 능력을 갖춘 존재라는 것이다. 특히 개체마다 뇌 반응 양상이 다르게 관찰된다는 사실에서 개도 고유한 감정적 성향과 인지적 특성을 가진 ‘개성 있는 존재’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저자는 개들이 익숙한 냄새와 낯선 냄새를 맡을 때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도 연구했다. 그는 개가 MRI 장치 안에서 주인의 냄새와 낯선 사람, 낯선 개의 냄새를 각각 맡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뇌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미상핵이 ‘익숙한 사람’의 냄새를 맡았을 때 강하게 활성화되는 반면, 낯선 사람이나 낯선 개의 냄새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교류가 많아질수록 더 강한 유대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며, 이러한 감정이 뇌의 활성화로 나타난 것이다.

개의 권리에 대한 저자의 인식도 흥미롭다. 번스는 “생각했던 것 보다 개의 사회적 인지 능력이 기존 예상을 넘어선다면 동물의 의식 측면에서 개의 위치와 더불어 권리를 다시금 생각해 볼 법하다”고 주장한다. 연구를 위해 동물이 필요하지만 동물은 당연히 실험 동원에 아무런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그 실험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인간 중심의 연구를 줄이고 동물 자신의 웰빙과 행복에 직접적으로 득이 되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이 책은 개를 어떻게 훈련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넘어서 사람이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는 시간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진심으로 개를 사랑하고 아끼지만, 때로는 그 마음이 어떻게 전해지고 있는지 궁금했던 이들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다. 그레고리 번스 지음·이주현 옮김/동글디자인/296쪽/2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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