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직항’ 뜨니, 부산 ‘최애’로 뜬다 [비즈앤피플]

대만인, 부산 방문 비율 수직 상승
올 상반기 인천 제치고 ‘2위’ 기록
부산 대만 연결 직항 증가가 배경
해운대 해변열차·감천마을 인기
돼지국밥·어묵 등 ‘부산 맛’도 먹혀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2025-07-27 08:00:00

대만 관광객들이 부산 관광지를 즐기는 모습. 로컬트래블랩 제공 대만 관광객들이 부산 관광지를 즐기는 모습. 로컬트래블랩 제공

부산이 대만인들의 '인기 관광지’ 된 비결은

부산의 외국인 자유여행(FIT) 전문 여행사 ‘로컬트래블랩’ 이도연 팀장은 요즘 대만 여행객의 부산 관광 수요에 대응하느라 바쁘다. 로컬트래블랩은 연간 5만여 명의 대만 여행객을 상대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로 전망되는 대만은 경제 상황이 좋아 해외여행 인기가 높다. 이 팀장은 “부산은 특히 미식이나 체험 등에서 대만 여행객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대만 관광객들이 부산 관광지를 즐기는 모습. 로컬트래블랩 제공 대만 관광객들이 부산 관광지를 즐기는 모습. 로컬트래블랩 제공

대만 관광객, 서울 다음 부산 많이 찾는다

부산은 이미 대만 관광객의 ‘최애 관광지’로 부상한 상태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대만 관광객의 22.7%는 부산을 방문했다. 대만 관광객의 부산 방문 비율은 서울(34.2%)에 이어 2위다. 2020년 9.8%였던 대만 관광객의 부산 방문 비율은 최근 몇 년간 수직 상승했다. 제주와 함께 대만 관광객 방문지 순위에서 3~4위를 다투던 부산은 지난해 2위인 인천과의 격차를 1.5%포인트(P)로 좁혔고 올해 상반기에 역전에 성공했다. 대만 관광객의 인천 방문이 대부분 인천공항 때문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부산 방문 비율 증가는 두드러진다. 지난달 대만 관광객의 방문지를 구·군 단위로 살펴보면 1위가 ‘외국인 관광 명소 명동’이 있는 서울 중구(10.4%)였고 2위가 인천공항이 있는 인천 중구(8.0%)였다. 3~4위는 각각 서울 마포구(7.3%%), 종로구(5.4%)였고 5~7위는 부산 해운대구(5.24%) 강서구(4.6%), 부산진구(4.1%)였다. 부산은 대만 관광객 방문 상위 20개 구·군 가운데 9개 구·군이 이름을 올렸다.

대만 관광객들의 ‘부산 사랑’은 일본 관광객의 ‘수도권 사랑’과 비교된다. 일본 관광객의 부산 방문 비율은 2020년 9.1%에서 올해 상반기 8.9%로 소폭 줄었다. 일본 관광객의 방문 선호지역은 서울(45% 내외)과 인천(20% 내외) 경기(10~13%) 등 수도권이 1~3위를 차지하는 추세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하늘길’ 열리자 대만 인바운드 증가

부산이 대만 관광객의 인기 관광지가 된 배경에는 하늘길 개척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부산관광공사 조경식 매니저는 대만 관광객 증가에 대해 “부산과 대만을 연결하는 직항이 늘어난 것이 결정적”이라고 분석했다. 2011년 에어부산이 국내 항공사 최초로 부산~대만 직항 노선에 취항한 이후 직항 공급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에어부산이 대만 직항에 취항하기 전인 2010년 부산~대만 노선은 2개 외항사가 연간 338회 운항하며 4만여 명을 수송했다. 그러나 2011년 에어부산이 대만 직항 노선에 취항하면서 그 해 운항이 1138회로, 승객은 12만 7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이후 에어부산 이외 저비용항공사(LCC)까지 경쟁적으로 부산~타이페이·카오슝·타이쭝 노선을 취항하면서 부산~대만 노선 좌석 공급은 급증했다. 2010년 대비 2024년 부산~대만 노선 운항은 1855%, 승객은 2492% 늘었다. 이 기간에 인천~대만 노선 운항이 164%, 승객이 123%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폭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하반기에는 부산~대만 노선에 대만의 에바항공이 신규 취항할 예정이다.

국내 LCC는 당초 내국인의 대만 관광(아웃바운드)을 겨냥해 하늘길을 열었지만 결과적으로 대만인의 부산 관광(인바운드)으로 이어졌다. 이는 아웃바운드 승객이 대부분인 일본 노선과 다른 특징이다. 법무부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으로 출국한 한국인(아웃바운드)은 460만 명인 데 비해 한국으로 입국한 일본인(인바운드)은 160만 명에 그쳤다. 반면 대만은 인바운드가 87만 명인 데 비해 아웃바운드가 50만 명이었다.

대만 관광객들이 부산 관광지를 즐기는 모습. 로컬트래블랩 제공 대만 관광객들이 부산 관광지를 즐기는 모습. 로컬트래블랩 제공

씨앗호떡에서 감천문화마을까지 인기

대만 여행객들의 부산 사랑에는 부산 관광 콘텐츠의 경쟁력도 크게 작용했다. 대만 여행객들의 부산 여행 만족도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 클룩의 ‘감천문화마을’ 체험 상품에 올라온 대만 관광객들의 평점은 ‘매우 좋음’(4.0)과 ‘최상’(5.0)이 대부분이다. 한 대만 관광객은 “감천문화마을 투어를 적극 추천한다”면서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후기를 올렸다. 부산은 특히 대만 여행객들에게 ‘미식’과 ‘체험 상품’ ‘연계 관광’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로컬트래블랩 이도연 팀장은 “대만 여행객은 기본적으로 미식 여행객”이라며 “부산 음식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부산관광공사가 대만 소비자 1만 57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선호하는 부산 음식’(중복 응답)은 돼지국밥(66.9%), 부산어묵(37.4%), 씨앗호떡(22.4%), 장어구이(19.4%) 순으로 나타났다. 공사가 대만 항공사와 함께 선보인 돼지국밥 콘셉트 기내식은 3개월 만에 1637개가 판매되기도 했다.

‘체험’ 중심의 부산 관광 상품도 인기다. 이 팀장은 “해운대 해변열차, 해동 용궁사, 감천문화마을 3곳은 대만 관광객이 무조건 가는 관광지”라며 “관광지 할인 패스인 ‘비짓부산패스’ 영향으로 요트 투어에서 소규모 공방 체험까지 다양한 체험활동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관광공사에 따르면 부산영화제 등 부산의 ‘즐길거리’도 인기를 끌어 올해 ‘부산불꽃축제’ 티켓은 대만에서 2000장이 판매됐다. 대만 관광객 유치와 관련해선 부산관광공사도 적극 행보에 나선 상태다. 공사는 대만에서 홍보 행사를 이어가고 있고, 올해 하반기에는 ‘인기 치어리더 이아영 초청 야구 콘텐츠 촬영 팸투어’ ‘대만 여행사·항공사와 비짓부산패스 프로모션’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대만 특수, 중국 특수로 이어질까

부산이 대만 여행객의 필수 코스가 되면서 대만 특수가 ‘중화권’ 전체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실제로 최근 항공·관광업계에서는 ‘중국 특수’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공항 전체에서 중국 노선 승객은 전년 동기 대비 24.4%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 노선 승객이 9.8% 늘어나는 데 그친 것을 감안하면 기존의 ‘일본 특수’가 ‘중국 특수’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일본 노선 특화’ 공항이던 김해공항도 상반기 일본 노선 승객이 12.2% 늘어날 때 중국 노선은 43%, 대만 노선 승객은 25.5% 늘었다. 김해공항 국제선 승객 수는 여전히 일본 노선이 중국 노선에 3배 수준이지만 ‘성장’은 중국 노선이 강하다.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만 관광객들은 개별 체험 여행을 선호하는 반면 중국 관광객은 랜드마크 방문이나 쇼핑 등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큰손’인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선 대형 쇼핑몰과 공연장을 갖춘 복합리조트 등 랜드마크 시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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