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2025-07-26 15:00:00
식후 디저트에 국한됐던 과일이 케이크, 음료, 스낵 등으로 변주되면서 이른바 ‘과일릭(과일+홀릭)’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먹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과일릭은 과일과 중독을 의미하는 홀릭을 합친 신조어로, 과일을 케이크와 음료, 스낵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곁들여 먹으며 과일이 주는 건강한 이미지를 즐긴다. 과일 값의 급등으로 과일을 직접 구매해 먹기보다 디저트나 음료 형태로 소비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부연 설명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수박, 참외, 복숭아, 자두, 포도 등 맛과 영양이 풍부한 여름 제철 과일이 풍성하다. 비타민과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과 같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며 식이섬유 함량도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에 식품·외식업계에서는 다양한 과일을 활용한 제품과 메뉴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과일의 과도한 섭취를 경계한다. 과일에 포함된 천연 당분인 ‘프럭토스’ 때문이다. 프럭토스는 단순당의 일종으로, 과일이나 채소 등 자연 상태로 섭취할 경우 비타민, 항산화 성분, 식이섬유와 함께 들어 있어 적당량 섭취 시 좋다. 하지만 프럭토스를 과잉 섭취하게 되면 중성지방으로 전환돼 체내에 축적되면서 비알콜성 지방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포도당처럼 혈당을 즉각적으로 높이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과잉 섭취하게 되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지방 축적을 유도해 비만이나 제2형 당뇨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과일릭의 경우 생과일만 섭취하지 않는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주스, 스무디, 빙수,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된 과일 제품의 경우 과일 본연의 식이섬유나 항산화 성분은 줄고, 당분과 칼로리는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말린 과일도 마찬가지. 이들 식품을 과잉 섭취하게 될 경우 혈당 스파이크, 지방간, 체중 증가 등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당뇨병, 고지혈증, 지방간 등의 위험이 있는 경우 여름철 과일 섭취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렇다면 과일을 어떻게 섭취하면 좋을까. 의료계에선 과일은 가능하면 가공되지 않은 생과일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식후 디저트보다는 식사 사이 간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혈당 조절에 더 유리하다.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당 함량이 낮은 과일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일 주스나 빙수 등 가공 과일 제품은 첨가당·유제품·시럽이 포함돼 혈당과 칼로리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주 1~2회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가공 과일 제품 선택 시에는 영양성분표를 확인하는 습관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대동병원 종합건강검진센터 황혜림(가정의학과 전문의) 과장은 미디어 발달과 SNS 영향력 확대로 음식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식생활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과장은 “아무리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음식이라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건강에 해를 줄 수 있으므로, 균형 잡힌 식단과 적정 섭취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