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을 딛고 일어서는 힘 [내 인생의 원픽]

[내 인생의 원픽] 그림책 <망가진 정원>

2026-08-30 18:17:42

25년 동안 사회복지 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마음속 정원을 마주한다. 정원들의 모습도 다양하다. 누군가의 정원은 꽃이 활짝 피어 즐거운 모습이고, 누군가의 정원은 잡초만 무성한 것 같다.

2019년부터 그림책 작가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TV에서 세 번의 파양으로 사람들 눈치를 보던 강아지 모습을 보고 첫 그림책 〈엄마 아빠가 우리를 버렸어요〉를 그렸다. 버림받아 외로움을 느끼는 동물들을 담아내려 했던 그 책과 이번에 소개하는 책도 많은 점에서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인 〈망가진 정원〉(밝은미래)은 상실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브라이언 라이스 작가가 쓰고 그린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여우 에번과 멍멍이는 뭐든 함께하는 단짝 친구였다. 마치 가족처럼,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어버린 둘은 정원 가꾸기를 가장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멍멍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가고, 에번은 깊은 슬픔과 절망에 빠졌다. 그 슬픔이 정원에 그대로 드리워지고, 정원은 점점 차가워지고 거칠어졌다. 책에서는 짧고 함축적인 글,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통해 여우 에번이 느끼는 감정이 깊게 다가온다.

슬픔을 삼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뱉는 사람이 있다. 좋은 걸 떠올리는 사람이 있듯이 못 해준 기억만으로 후회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은 이렇게 다 다르다. 그럼에도 다들 자신만의 ‘자가치유’로 다시 일어선다.

에번도 그랬다. 어느새 정원에 호박 덩굴이 자라기 시작하고, 에번은 자신도 모르게 그 덩굴을 돌보면서 마음이 조금씩 치유되고 회복된다. 그림책은 깊은 상실감 속에서도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살다 보면 누구나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그럴 때 우리의 마음은 어떤 형태의 정원으로 그려질지 생각해본다. 상실감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슬픔을 느낀다는 건 약한 것이 아니다. 그건 다시 살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끝없는 절망의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 스스로 조금씩 숨을 쉬고, 다시 숨 쉬는 힘을 차곡차곡 모으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마음속에 무엇을 심고 가꾸느냐에 따라 우리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정원이 될 수도 있고, 가장 쓸쓸한 정원이 될 수도 있다.

이상옥 부산사상시니어클럽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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