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2026-10-06 16:47:38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법사위원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두 번째 국정감사가 6일 시작되면서 국감 첫날부터 상임위 곳곳에서 여야가 격돌했다. 최대 격전지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감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증인 선서를 거부한 데 이어 오후 질의에 불참하면서 여야가 충돌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논란이, 외교통일위원회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는 북한 지뢰 폭발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법사위와 정무위원회, 재경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외통위, 행정안전위원회, 산자위,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등 8개 상임위에서 국정감사에 돌입했다.
법사위 국감의 쟁점은 조 대법원장이었다. 조 대법원장은 오전 국감에 기관장 자격으로 나와 인사말을 했지만, 법사위가 채택한 일반증인으로서의 선서는 하지 않았다. 그는 인사말에서 “헌법 취지에 비춰 대법관 제청에 관해 증언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 독립 원칙을 훼손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증인 선서를 하지 않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경우 향후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후속 조치 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조 대법원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여야는 조 대법원장의 이석 여부를 두고 충돌했다. 서 위원장이 이석을 허가하지 않자 국민의힘이 관례대로 자리를 뜨게 하라고 반발하면서 소란이 일었다. 이후 자리에 남은 조 대법원장은 범여권 의원들의 질의에 일부 답했다. 진보당 손솔 의원이 “혹시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는 것이냐”고 묻자 조 대법원장은 “그런 말씀은 모욕적이고 조금 슬픈 일”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은 낮 12시 40분께 감사가 중지되자 국회를 떠났고, 건강상 이유로 오후 국감에는 나오지 않았다. 서 위원장은 “대법원장에게 묻고 싶은 것과 들을 답변이 많지만, (조 대법원장이) 오전에 선택적 답변만 했다”며 “임의로 이석했기에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을 다시 만들어 출석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산자위의 산업통상부 국감에서는 정부 3대 메가프로젝트 중 서남권 반도체 투자를 두고 여야가 맞섰다. 야당 의원들은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가 호남 성장만을 위한 프로젝트라고 비판했고, 여당 의원들은 수도권의 전력·용수 한계를 들어 서남권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울산 중)은 입지 관련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고 기업 투자도 이사회 등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국가산단은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관할 시도지사 의견을 듣는 절차 등을 거쳐 지정되는데, 이번에는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 발표만으로 부지를 정해 놓고 물·전기·군공항 이전 문제 등은 뒤늦게 끼워 맞추고 있다”며 “미리 타당성 조사를 거치는 이유는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한 것인데 무리하게 서두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군공항 이전 문제 등은 국방부에서 관련 절차를 이행 중인 것으로 안다. 산업부장관 입장에서는 빨리 진행해야한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서지영 의원(부산 동래)은 입지 선정 과정이 공정했는지를 짚었다. 서 의원은 김 장관에게 “광주·전남 등 호남 외에 다른 입지 후보지도 있었느냐”며 “정부가 광주·전남 외에 다른 지자체와 소통한 적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기업들에 지역별 부지의 입지 조건을 담은 문서를 제공했느냐”고 물으며 입지 조건이 공식 문서 없이 말로만 오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장관은 “실무자와 확인해 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외통위의 외교부 국감에서는 북한 지뢰 폭발과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가 쟁점이 됐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부산 북갑)은 북한의 지뢰 폭발 책임 부인 등을 두고 “김여정이 떠드는 것에 대해서는 왜 찍소리도 못하면서 우크라이나만 쥐잡듯이하냐”며 “북한이 주적인가, 우크라이나가 주적인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도 “정부는 확인된 사실에 근거해서 북한의 책임을 분명히 묻고 억지 주장을 단호히 반박하는 한편 책임 있는 설명과 사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며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재경위의 재정경제부 국감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경위가 도마에 올랐다. 야권은 이형일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과 권대영 1차관이 지난 1월 김용범 당시 정책실장이 주재한 청와대 회의에 참석한 핵심 인사라며 책임 규명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부산 남구)은 김 전 실장이 주재한 비공개회의 등을 거론하며 ETF 도입 책임이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 부총리는 이날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많이 생긴 것에 대해 미리 해결하지 못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