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한화오션 노사 공멸 아닌 상생의 길 찾아야

김민진 사회2부 차장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2026-10-13 14: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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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11일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지회(현 한화오션지회, 원청노조)는 성명을 통해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투쟁 장기화로 인한 피해 규모가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주요 생산시설 점거 농성 중단을 촉구했다. 당시 하청지회는 사업장 내 중요 생산시설을 무단 점검하고 50일 넘게 농성을 이어갔고 이로 인한 피해가 사업장 전반으로 확산하자 공멸을 막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특히, 정상적인 생산활동을 막는 행위는 전체 구성원 지지를 받지 못하는 투쟁이자 구성원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공멸의 길’이라며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했다.

그랬던 원청노조가 지금은 제 발로 공멸을 향하고 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전체 조합원 부분 파업에 이어 조선소의 상징인 골리앗 크레인까지 멈춰 세우더니 끝내 크레인 무단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원청노조가 크레인 고공 농성을 진행하는 건 2019년 대우조선해양 시절 이후 처음이다. 원청에 앞서 하청노조도 또 다른 크레인을 점거한 채 농성 중이다.

한화오션 경영진은 담화문을 내고 “불법 점거 행위는 결국 미래의 성과와 발판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며 “지금까지의 협상과정과 제시안들이 공멸의 길을 가야 할 만큼 극단적 상황이었는지, 또한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넘어서 불법적인 행위들까지 감행해야 했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사실 한화오션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노사 상생 모범’으로 불렸다. 작년 10월, 하청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불법 파업 관련 470억 원대 손해배상소송을 조건 없이 취하한 데 이어, 업계 최초로 ‘원하청 동일 성과급’을 선언해 협력사 노동자 1만여 명에게 890억 원 성과급이 돌아가도록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를 거론하면서 ”매우 모범적 사례“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이런 평가가 무색하게 지금 한화오션 노사 관계는 살얼음판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기본급 인상안과 사측의 제시안 차이는 월 1만 원 남짓에 불과하다. 진짜 쟁점은 성과급 제도 개선과 정년퇴직자 재고용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것이다. 반면 사 측은 도입 2년도 안 된 제도를 또 바꾸기 어렵고, 누적 부채와 중국 조선사와의 경쟁을 고려하면 고정비 부담을 노조 요구대로 늘리기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10년 넘게 이어진 불황을 털어내고 모처럼 호황을 맞은 지금, 고통을 감내해 온 노동자들이 합당한 땀의 가치를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 회사도 합당한 요구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안전과 생산을 위협하는 것은 결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대로 시설 점거가 계속되면 공정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로 인한 피해는 협력사와 노동자 그리고 지역 사회가 떠안아야 한다. 공든 탑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성과를 나누는 과정이 안전과 또 다른 성과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노사 모두 공멸이 아닌 상생의 길을 고민해야 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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