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은 기자 iknow@busan.com ,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2026-11-04 18:12:32
지난 3일 부산 동구 부산역 인근 택시승강장 모습. 안다은·김동우 기자 iknow@
고령 택시 운전자의 운전 적격성을 가리는 검사 제도가 제 기능을 못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 방식과 대상이 다른 두 검사 가운데 하나만 통과하면 운전을 계속할 수 있어,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막는다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산은 전국에서 가장 택시 업계 고령화가 심각한데 운전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검사로 대체하는 비율이 전국 대비 높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의 70세 이상 택시 운전자는 6168명으로 전체의 31.7%였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30%를 넘었다.
고령화가 심해질수록 택시 운전자의 적격 여부를 가릴 제도적 장치가 중요하다. 여객자동차법에 따르면 70세 이상 택시 운전자는 매년, 65~69세는 3년마다 자격유지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를 의료적성검사로 대신할 수 있다.
지난해 두 검사 합격률이 98~99%대에 달해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가 같은 해 12월 시행규칙을 고쳐 판정 기준을 강화했다. 두 검사의 올해 전국 합격률은 자격유지검사 97.8%, 의료적성검사 95.9%였다. 지난해 두 검사 전국 합격률이 98~99%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정 기준 강화에도 사실상 지난해와 올해 합격률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뜻이다. 특히, 올해 부산 합격률은 자격유지검사 98%, 의료적성검사 96.1%로 전국보다 더 높았다.
더 문제는 두 검사가 서로를 온전히 대신할 수 있는 검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두 검사는 평가 방식과 측정하는 능력이 다르다. 자격유지검사는 공단 검사장에서 운전 장면을 본뜬 장비로 반응 속도와 동시 수행 능력을 잰다. 신호등 색이 바뀌면 가속·제동 페달을 밟고, 조이스틱으로 장애물을 피하며 목표물을 쫓는 식이다. 7개 항목 중 5등급이 2개 이상이거나, 사고 관련성이 높은 4개 항목에서 4등급 이하가 2개 이상이면 부적합이다.
반면, 의료적성검사는 병·의원에서 문답과 종이 과제, 신체 측정으로 건강 상태와 기본적인 인지·신체 기능을 본다. 주의력·기억력 등을 재는 인지평가에서 30점 만점에 23점 이상을 받아야 하고, 종이 미로·3m 걷기·악력 검사 등을 거친다. 택시기사 사이에서는 자격유지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적성검사가 통과하기 수월한 편이라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 정부도 의료적성검사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최근 3년간 중상 이상 사고를 냈거나 1년간 벌점이 81점 이상인 택시 운전자는 자격유지검사를 의료적성검사로 대체할 수 없도록 했다. 의료적성검사의 실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인정한 셈이다.
부산은 의료적성검사로 자격유지검사를 대신하는 택시 운전자의 비율이 높았다. 지난해 두 검사 수검자 6637명 중 23.2%(1542명)가 의료적성검사를 받았다. 비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결국, 전국에서 70대 이상 고령 택시 운전자가 가장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택시 기사와 승객의 안전에 대해 우려가 되는 지점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부산본부 관계자는 “두 검사의 난이도 우위를 가릴 순 없다”면서도 “종사자가 자격유지검사에서 부적격 판정이 나올까 봐 우려하면 의료적성검사를 받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택시 업계는 검사 선택이 검사기관 접근성 차이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부산의 자격유지검사장은 1곳, 의료적성검사를 받을 수 있는 병의원은 5곳이다.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 강동우 부이사장은 “택시 운전자들에게 자격유지검사를 강요하기는 어렵다”며 “매년 두 검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는 사례도 나오는 만큼 어느 정도 실효성을 갖췄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실제 주행 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경성대 신강원 도시공학과 교수는 “실제 도로 운행 현장에서 검사하거나 택시에 장착된 디지털운행기록장치(DTG) 데이터를 연계해 실질적인 운전 패턴을 평가해 합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