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은 내 예술혼의 결정체'

조각가 김정명 교수 '머리 시리즈'

2006-11-01 00:00:00

울긋불긋한 색채의 향연으로 가득찬 부산 금정구 금성동 산성마을. 203번 버스종점에서 죽전마을 옆 산 위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가다보면 조각가 김정명(61·사진) 부산대 미대 교수의 작업장을 만나게 된다. 전시공간,주거공간,야외마당을 모두 갖춘 곳으로 '킴스아트필드'(대지 300여평,건평 60여평)라고 적혀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야외 마당에 있는 대형 머리조각들이 시선을 압도해버린다. 하나도 아니고 수십여 개가 있으니! '머리 시리즈'로 명명된 브론즈 재질의 작품들로 높이는 저마다 2m가 넘는다. 12개의 머리 작품들과 12개의 원형들이 마당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작품들이 예사롭지 않다. 육중한 무게를 지닌 작품들은 보는 이에게 뭔가를 강하게 말하려는 듯하다. '브랜드'라는 작품이 눈에 들어오는데 레고,코카콜라,맥도날드 등 세계적인 브랜드 50여 개가 부착돼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열망과 향유의 대상인 브랜드,즉 유행을 무조건 추종하는 현대인들의 군상을 담았어요."

'쓰레기'라는 작품에는 폐유통,쓰레기통 등 온갖 버려진 물건의 형상들이 부착돼 있다. 모든 생물체가 다른 생물체의 자양분으로 환원되지만 유독 인간은 한 줌의 재와 공해의 쓰레기만 남긴다는 문제의식을 담았다. "정신이든 물질이든 인간의 삶은 끝없는 오류고,실수지요."

이처럼 그의 조각에는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 의식이 꿈틀거린다. 대장경,해저2만리,러브스토리 등 명작들이 붙어있는 '책'이란 작품은 책 속에 많은 진리가 담겨 있음을 역설한다. '별자리'라는 작품에는 수많은 별자리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인간이란 존재가 별자리로부터 왔고 다시 별자리로 향한다는 현존(現存)의 문제를 말한다. 여기서 얼굴 형상의 조각은 사람의 머리이기도 하지만 지구와 우주를 상징하는 의미로 무한하게 확장된다.

12개의 머리 작품은 김 교수가 3~4년간 작업해 온 소중한 결실들이다. 작품 하나에 3천만 원 이상의 재료비가 들었다고 하니 그가 들인 시간,노력,비용이 짐작된다. 조각들은 철저하게 작가의 길이란 외길을 고집한 그의 분신에 다름아니다.

그는 "이 곳에서 18년째 거주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워낙 관심을 가져서 지난달 20일부터 토요일에 한해 일반인들에게 개방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산성마을을 찾는 시민들에게는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김 교수는 실내 전시장으로 안내했다. 실내전시장 1층에는 소비성향을 부추기는 광고의 횡포를 비판하는 '욕망의 포로전'이 열리고 있고 2층 다락방에는 포켓시리즈,손가락시리즈 등 그의 1980~1990년대 작업 궤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앞으로 계절별로 다른 주제의 작품들을 전시하겠다는 김 교수. 그런데 걱정이 하나 있다. 그의 작업장이 있는 부지가 3~4년 내 조선시대 문화재인 금정진의 터로 복원될 예정이기 때문. "지금까지 제작한 수 많은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아서 영구 전시할 수 있는 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김 교수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깊어가는 가을만큼 깊었다. 051-510-2932.

김상훈기자 neato@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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