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허브 부산 놔두고, 전주로 몰려가는 글로벌 금융

골드만·블랙록 등 전주에 둥지
1600조 국민연금 따라 ‘속속’
국내 KB·신한금융도 합류 예정
나눠 먹기 정책에 금융지형 급변
부산 금융중심지 전략 ‘경고등’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2026-03-25 19:01:59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최근 들어 글로벌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이 전북 전주에 현지 사무소를 잇달아 열며 국내 금융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전주가 국민연금공단 본사를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부산의 금융 허브 전략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월가 대표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전주에 사무소 개설을 추진 중이다. 앞서 지난 13일과 23일 독일의 자산운용사 알리안츠 글로벌인베스터스(GI)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각각 사무소를 열었다.

전주에 세계적인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국민연금공단 본사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증시 활황 등과 맞물려 약 1600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하며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올랐다. 해외 투자 비중이 높은 국민연금의 특성상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투자은행들은 국민연금공단과 투자 협력, 정보 교류를 위해 전략적으로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글로벌 부동산 투자 운용사인 티시먼 스파이어가 사무소를 열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금융권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KB금융은 전주에 ‘KB금융타운’ 조성을 추진 중이다. 신한금융 역시 지난달 전주에서 ‘신한금융허브 전북혁신도시’ 출범식을 개최하는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전주에 금융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여권도 전주를 제3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오전 국민연금 본사가 있는 전주에 글로벌 금융회사가 속속 몰려들고 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이제야 효과가 제대로 나는 듯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전북 지역 공약으로 제3 금융 중심지 지정을 약속하기도 했다. 전주 지역 정치권에서도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 지역에서는 이러한 움직임과 국내 금융 지형의 변화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여권이 전주를 제3 금융 중심지로 지정하려는 움직임(부산일보 2월 9일 자 3면 등 보도)이 현실화한다면 부산의 금융 중심지 위상이 크게 약화될 수 있어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달 SNS 메시지를 낸 데 이어 국회를 찾아 ‘나눠 먹기식’ 금융 중심지 정책은 그간 축적해 온 부산의 금융 기반을 통째로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부산이 2009년 금융 중심지로 지정된 점, 이후 주요 금융 공공기관 이전해 오며 관련 인프라와 기능을 단계적으로 확충해 온 점 등을 강조하며 금융 중심지 정책의 집중과 일관성을 강조했다.

전주의 급성장은 부산 금융 허브 전략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에는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같은 금융 인프라 중심의 기관이 집적해 있어, 전주와 달리 민간 자본과 인력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금융 공공기관 관계자는 “막대한 투자 여력을 지닌 국민연금에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자본의 논리지만, 자본시장 인프라만 집중된 부산의 구조적인 한계가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며 “부산을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키우려 했던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과 함께 글로벌 자본과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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