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첩보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가 눈부시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서도 알고리즘을 활용해 상대방 국가 주요 인사들의 동선을 파악하는 첨단 기술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 이란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의 위치를 정확히 포착, 미사일 공습으로 사망케한 것도 정보 당국의 첨단 사이버 역량 덕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전이 이런 양상으로 진행되면서 군인 등 특정 직업군의 경우 적국에 동선 정보를 제공할 여지가 높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등 스마트기기의 위치정보(GPS)와 관련 앱 사용이 지금보다 훨씬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숨졌다. 공습 직후 하메네이의 거주지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 연합뉴스
■ 하메네이 암살한 최첨단 정보 수집 역량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 대외 정보국 모사드가 하메네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과정은 치밀했다. 뉴욕타임스 보도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 수도 테헤란 교통 카메라를 대거 해킹하는 방법으로 하메네이 경호 인력과 운전사들이 출근하는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했다. 경호원들의 주차 위치와 자택 주소, 근무 시간, 호위 대상 등도 속속들이 파악했다. 특히 온갖 경로로 수집된 수십억 개의 정보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첨단 알고리즘을 활용해 오인 정보를 걸러내는 등 데이터베이스의 정확성을 높였다. 이스라엘 등은 이런 방식으로 폭격 당일 하메네이가 집무실에 있을 시점과 동석할 인물까지 정확히 예측했다. 집무실 인근 거리에 있는 12개의 이동통신 기지국을 교란해 하메네이 경호팀이 공습 경고를 제때 받지 못하도록 만드는 기술도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개하지 않았지만 GPS가 설치된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을 활용한 위치 파악 기술도 적극적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하메네이가 미사일에 폭사한 직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당국의 시신 수습 사진까지 확인했다는 점으로 미뤄 적국 인사의 스마트폰을 활용한 정보 수집 기술은 일반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양한 스마트워치와 피트니스밴드 등 웨어러블기기. 연합뉴스
■ 위험천만 GPS 데이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서 드러났듯이 요즘 전쟁은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수집 첩보전을 기반으로 한다. 상대방의 정보를 더 많이 수집할수록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물론 공격 정확도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운 상대 국가의 중요 인물이나 경호원, 군인 등으로부터 가장 쉽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지구촌 대부분 사람들이 휴대하고 있는 스마트기기에서 나오는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2018년 1월 조깅, 자전거 타기,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동 경로, 평균 속도, 심박수 측정, 달린 거리 계산 등을 위해 애용하는 트래킹 앱 때문에 미군 비밀기지들의 위치가 드러나는 일이 발생했다. 발단은 미국의 한 트레킹 앱 업체가 제공한 GPS 기반 서비스 때문이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앱 사용자들은 다른 사용자들의 위치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당시 미국 매체들은 “조깅앱 스트라바의 ‘글로벌 히트 맵’은 전 세계 수억 명의 사용자들이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 보여주는데 그 과정에서 드러난 위도와 경도가 3조 개에 달한다”면서 “이때 세계 곳곳의 미군기지와 그곳에 주둔하는 미군 장병들의 현재 위치까지도 파악하기 쉽게 나타나 논란이 됐다”고 보도했다. 실제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중인 미군 부대들의 주둔지와 순찰 경로 등도 노출됐다. 앱 사용자가 이 앱을 사용하는 장병들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 사례는 2023년 7월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에서도 발생했다. 흑해함대 소속 잠수함장을 역임한 퇴역 해군 장교인 스타니슬라프 르지츠키가 자택 인근에서 운동을 하다가 우크라이나인에 의해 피살됐는데 이 과정에서도 GPS 데이터가 활용된 것으로 추정됐다. 2022년 7월 르지츠키가 지휘한 잠수함은 우크라이나 도시 빈니차 도심을 순항 미사일로 공격해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우크라이나는 이 공격과 관련해 르지츠키를 전범으로 지정한 상태였다. 러시아 매체들은 범인이 르지츠키 행적을 추적하기 위해 스트라바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또 르지츠키가 자신의 이름으로 된 피트니스 앱 계정에 조깅 기록을 업로드하고 늘 비슷한 코스를 달렸다고 밝혔다. 피트니스 앱이 표적 확인 도구로 활용되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박중인 러시아 흑해함대소속 군함들. 연합뉴스
■ 특정 직군 스마트기기 통제 더 강화되나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에서 유출된 데이터가 정확한 타격 좌표를 제공하는 시대로 진입하면서 각 국가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당장 미국·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이란 혁명수비대는 개인 스마트폰과 GPS 내장 웨어러블 기기의 기지 내 반입을 전면 금지하는 등 강력한 제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고지도자 폭사를 계기로 피트니스 앱 기록 관리의 중요성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는 이미 2018년 8월 국방부 부장관 명의로 '작전 지역 내 위치 정보 기능 사용 금지' 지침을 하달했다. 군인들이 작전 지역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물론 각종 스마트워치와 피트니스 트래커 등 GPS 기능을 갖춘 모든 기기의 위치 표시 기능을 전면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다. 이란과 미국뿐만 아니라 지구촌 대다수의 국가들도 군인들의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통제하기 위해 강력한 규제를 실시 중이다. 우리 군도 GPS 기능과 통화 녹음, 카메라 기능을 차단하도록 요구하는 등 보안 규정을 가동 중이다.
하지만 최근엔 AI 스크래핑 봇이 피트니스 앱의 공개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해 비정상 패턴을 자동 탐색하는 등의 기술이 갈수록 발전함에 따라 향후 군대 내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의 사용은 지금보다 한층 강력한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술의 발전 때문에 군대와 국가 지도자 경호팀 등 일부 직군 종사자들은 되레 첨단 통신 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