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6-03-27 15:21:58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4공장 배양기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창사 이래 최대의 노사 갈등 국면에 직면했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벌리며 승승장구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내부에서 발생한 ‘파업 리스크’라는 변수를 만난 것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은 지난 23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24일부터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조합원들의 투표 참여율은 상당히 높다. 이날 오전 기준 조합원의 91.84%가 이미 투표를 마쳤다. 투표가 가결될 경우 노조는 4월 말 결의대회를 거쳐 오는 5월부터 본격적인 단체 행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쟁점의 핵심은 임금 보상안과 인사 사전 합의 여부다. 노조는 평균 14% 수준의 임금 인상과 1인당 3000만 원의 격려금, 영업이익의 20%를 재원으로 하는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6.2% 수준의 인상안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만큼 그에 걸맞은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사측은 미래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사측은 인사에 대한 노조의 사전 합의 요구도 ‘수용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외 신뢰도’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고도의 숙련도와 연속성이 필수적인데, 파업으로 공정 관리에 공백이 생길 경우 수조 원대 규모의 수주 계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들은 파트너 선정 시 ‘경영 안정성’과 ‘정시 납기’를 최우선 지표로 삼는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고객사들이 공급망 리스크 관리를 위해 물량을 다른 글로벌 CDMO 기업으로 돌릴 가능성도 나온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34년까지 약 15조 원을 투입해 생산 능력을 극대화하고 차세대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려는 ‘초격차 전략’을 가동 중이다. 스위스 론자, 일본 후지필름 등 글로벌 강자들과 치열한 점유율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발생한 파업 리스크는 삼성바이오라는 브랜드가 구축해온 신뢰도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사가 ‘지속 가능한 상생’이라는 큰 틀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송도의 거대 바이오 캠퍼스가 제 역할을 다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