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직 공무원이 소신 가져야 품격있는 도시 탄생"

박영상 부산 중구청 문화도시국장

2013-07-29 10:56:30

"건축직 공무원이 소신을 가질 때 아름다운 도시가 탄생합니다."

부산 중구청 박영상 문화도시국장은 지난 5월 건립 90년이 다 되도록 무허가로 방치돼 있던 부산주교좌성당(본보 4월 26일자 21면 보도)에 대한 준공을 허가했다.

부산주교좌성당 90년 만에 준공 허가
오는 10월 문화재 등재 앞둬
2007년 시공사 부도 부곡동 한보아파트
주위 반대 불구 16년 만에 사용승인
부산 건축직 공무원 첫 근정포장

부산주교좌성당은 괜한 오해를 살까 싶어 누구 하나 준공 허가를 꺼리던 중구 대청동의 애물단지.

올해 1월 중구청에 부임한 박 국장은 지지부진하던 허가 문제를 건축법 부칙까지 뒤져내는 열의를 보인 끝에 해결해 냈다.

박 국장은 "목조 골재가 살아 있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이라 이 정도 가치를 가진 건물이라면 내 재량으로 감당할 수 있으라 확신했다. 지자체의 행정, 그 가운데서도 건축 행정은 특히 더 탄력적이어야 한다 "고 말했다.

중구청은 지난 12일 문화재청의 현장 실사를 마친 부산주교좌성당이 오는 10월 큰 이변이 없는 한 문화재로 등재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76년 20세 나이로 건축직 공무원의 길을 택한 박 국장은 4형제가 모두가 건축업에 종사하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때문에 건축에 대한 신념도 남다르다.

그는 금정구청에 근무하던 2007년에도 발품을 마다않는 행정으로 근정포장을 수상한 바 있다. 부산시 건축직 공무원 중 첫 근정포장이었다.

당시 그는 시공사가 공사 도중 부도가 나는 바람에 16년 넘게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던 금정구 부곡동 한보아파트 153세대에 사용승인을 내려줬다.

공사현장과 맞물린 필지 주인까지 직접 찾아가는가 하면 관련 부서까지 돌며 얻어낸 결실이었다.

그는 "사용승인 전부터 '특혜를 준다' '아파트에서 뭐 받은 게 아니냐'는 등의 온갖 음해에 시달렸다. 하지만 종합적인 검토를 거친 뒤 맞다고 판단되면 주민의 편에 서야하는 게 행정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번 부산주교좌성당의 준공 허가도 한보아파트 건과 마찬가지로 건축가로서 그의 소신과 맞닿아 있다.

박 국장은 공무원과 시민 모두가 전향적인 자세를 갖출 때 부산이 아름다운 도시가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는 건축허가 신청을 한 번 넣으면 처리하는 데 8년이 걸린다"며 "한 번 지으면 수십 년을 가는 게 건축물인 만큼 허가에 심사숙고하는 공무원의 자세와 이를 참고 인내해주는 시민의 인내가 모아져 품격 넘치는 건축 도시가 완성되는 게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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