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부 박 모(53) 씨. 혹서에도 선풍기 바람을 피한다. 에어컨은 꿈도 못꾼다. 이 때문에 식구들과 다툼이 잦다. 다들 더위에 지쳐 헉헉거리는데, 혼자서 춥다고 난리인 것이다. 비라도 내리면 습기로 꿉꿉하다며 보일러를 돌린다. 남편의 불만이 없을 수 없다. "도대체 이 더위에 무슨 짓이냐"고. 하지만 박 씨로서는 어쩔 수 없다. 그는 늘 손과 발이 차다. 수십 년째 그렇다. 약간이라도 선선할라치면 내복을 꺼내 입어야 한다. 그 때문인지 항상 소화불량이다. 여러 병원을 찾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다고만 한다. 그런데 최근 찾은 한의원에서 박 씨는 냉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서 이상소견 발견 못해도
냉증은 여름철에도 손발이 차고 시리며 춥다는 증상이다. 여성에게 압도적으로 많다. "자궁에서 바람이 나와 못 견디겠다"며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도 있다. 기가 허한 남자에게도 냉증은 있을 수 있어 "양물 끝이 차다"는 사람도 있다.
여름에도 손발이 차고 온몸에 한기
한방 "비정상적인 한냉감 1년 이상 지속되는 병태"
혈액 부족이나 체내 수분대사 장애가 원인
냉증 형태 파악 뒤 증상 따라 양·한방 협진 치료를
냉증은 양의학의 개념이 아니다. 때문에 양방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아도 특별한 이상 소견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등에서는 냉증에 대해 다양한 진단과 처방을 내려왔다. 최근 들어 한의학에서는 '보통 사람이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온도에서 허리, 등, 손·발 끝, 두 다리, 반신 혹은 전신에서 비정상적인 한냉감을 느끼며 이런 증상이 일반적으로 1년 이상 지속되는 병태'라고 정의한다.
■손·발이 시린가, 온 몸이 추운가
냉증은 흔히 두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1차성 냉증. 차다는 증상과 부위가 분명하다. 손과 발이 시리다. 평소 색깔이 푸르스름한데, 찬물에 손을 담그면 손마디가 하얗게 된다. 심하면 초여름에도 장갑을 껴야하고, 악수라도 할라치면 상대방에게 민망할 정도로 손이 차다. 서양의학의 레이노증후군과 비슷하다. 레이노증후군은 추위나 공포 등으로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혈관이 수축·이완하면서 피부색이 창백해지고 손발 저림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2차성 냉증은 전신에 추위를 느낀다. 냉증의 증상과 부위가 불명확하다. 대부분의 냉증이 여기에 해당된다. 찬바람이 싫고 평소에 추위를 잘 탄다. 찬물을 마시면 탈이 잘 나고, 항상 피곤하면서 늘 두꺼운 옷을 입기 좋아한다. 춥다는 느낌에서 나아가 뇌신경 질환, 이비인후과·산부인과 등 서양의학 영역의 전신 질환이 2차적으로 나타난다. 쉽게 잠이 들지 않고, 자더라도 중도에 자주 잠이 깨서 쉽게 피로하며, 정서불안 등 정신적인 측면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한의학에서는 특별히 한증으로 따로 진단하기도 한다.
■허혈, 울혈, 수체, 원기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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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서에도 춥다고 손을 오므리는 사람이 있다. 이른바 냉증 때문이다. 그러나 허혈, 울혈, 수체 등 원인별로 치료법이 다르다고 한방에서는 조언하고 있다. 삼세한방병원 안창범 원장이 경락검사로 냉증 환자를 진단하고 있다. 삼세한방병원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