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아치아라의 비밀 문근영
[비에스투데이 김상혁 기자] "현장에서 별명이 문감독이었어요. 여기저기 다 신경쓰고 참견하고 다닌다고요." (웃음)
87년생으로 곧 서른을 앞둔 문근영의 외모는 2000년 출연한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멈춰있는 듯했다. 그녀에겐 벗어나야 할 굴레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국민 여동생'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문근영은 어느덧 16년이란 시간을 연기해온 베테랑. 외모는 멈췄을지언정 촬영장에서 그녀는 확실히 무게감을 가지게 됐다.
"사실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짬밤'을 무시하지는 못 하겠더라고요. 보이는 게 그만큼 많아졌고, 챙겨야 할 것도 늘었죠. 더욱이 이번에는 무대에서 오신 분들이 많아서 앵글에 대한 조언도 드리고, 초보 스태프에게 동선이나 장비 등도 가르쳐주고. 그러다보니 저보고 '문감독'이래요."
문근영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개인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범죄도 덮어버린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는 원어민 교사 한소윤을 연기했다.
그간 많은 작품에서 주인공을 해온 문근영은 여기서도 주인공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살짝 다르다. 모두 극을 이끌어 가는 것은 동일하지만, 이번에는 제3자로 빠져 관찰자의 입장으로 극을 이끈다.
문근영은 진실을 파헤치는 입장에서 다른 사람의 사연을 듣고 감정을 느끼고 이를 다른 인물들과 연결시켜야 했다. 이 때문에 전면에 나서기보다 밸런스 유지에 힘썼다. 주인공치고 밋밋하다는 대중의 평가가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는 "이 말이 나왔다는 건 계획대로 됐다는 것"이라고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그러다보니 문근영은 극 중 다른 인물과 가장 많이 얽혔다. 배우마다의 연기 방식, 호흡 등이 다르기에 그녀의 조율이 중요했다. 그리고 조율의 비결은 대화였다.
"리허설과 대사 연습을 정말 많이 했죠. 그렇게 많이 하면 호흡이 잘 맞을 수 밖에 없어요. 배우들 뿐 아니라 스태프들도 함께 호흡했죠. 우리끼리 '정말 엄청난 드라마 만들고 있다'며 자부심을 크게 가졌죠. 그러다보니 유난히 현장 분위기도 재미있었고 열정적으로 하게 되더라고요."
문근영은 드라마를 마무리 하면서 두 가지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장르물 마니아들에게 '수작'이라는 말을 듣는 것과 16회까지 안정적으로 중심을 잡아줬다는 평가다.
"가끔씩 그런 이야기를 듣는데 기분이 좋아요. 그렇다고 칭찬이 많은 건 아니지만 못했다는 말은 없으니까 이 정도면 만족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