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LG '헬지' 마케팅, 알고보니 기업판 '츤데레'?

2016-01-08 00:30:00

[비에스투데이 김두연 인턴기자] "저희 입장에서는 당연히 약자를 배려해야 하는건데, 굳이 알리면서까지 생색낼 필요가 있을까요."
 
7일 LG 전자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상 서비스'라는 선행을 베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알리지 않아 억울하지 않냐는 물음에 대한 반응이었다.
 
최근 LG 전자의 마케팅 정책에 대한 불평섞인 목소리가 많다. 좋은일을 하고도 불만이라니 아이러니하다. 이 같은 배경에는 '재벌'에 대한 선입견도 한 몫 한다.
 
얼마전 회자됐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고백과 관련된 이슈를 상기해보자. 혼외자 고백, 후계자 논란, 수십억대의 공금 횡령 등의 키워드만 하더라도 재벌의 이미지는 권위적이고 차갑다. 반면 LG 전자는 소문 없이 따뜻한 행보를 보이고 있으니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의아할만도.
 
"물론 '무기한'으로 무상 지원을 해드릴 수는 없어요. 부품을 보유하는 연한도 있고, 제품 자체의 수명도 있잖아요."
 
오히려 겸연쩍어 보였다. 회사 자체 내규에 의해 부품은 일정 기간 이후로는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무기한'이라는 개념은 부담스럽다고. '어이아이(於異阿異, 같은말이라도 표현하기 나름)'라는 말이 상기됐다. 같은 말이라도 '무상으로 지원한다'며 선행을 내세우기 보다는, '무기한은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서는 겸손한 태도가 느껴졌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미담이 최근에서야 알려졌지만, LG 전자 측은 새삼스럽다는 반응이다. 또 '헬지'라는 은어로 LG 전자 마케팅의 무능력을 지적하는 일각의 목소리도 알고 있는 눈치였다.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적 배려 서비스'는 진행돼 오던건데, 이제와서 'LG 전자가 홍보를 안한다'는 목소리가 수면위로 오른 것 같아요.(웃음)"
 
물론 기업의 이미지 관리를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이 생색을 낸다거나 유별난 행동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던 이유는 대기업의 행보와 상반된 '작은 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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