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지우와 대중의 거리는 아주 멀었다. 드라마 ‘겨울연가’(2002)과 ‘천국의 계단’(2003)의 인기로 최지우는 2000년대 초반 일본 한류의 중심에 있었다. 자신의 이름에 공주라는 뜻의 ‘히메’가 더해져 ‘지우히메’로 불렸고, ‘욘사마’ 배용준과 함께 일본 한류의 상징처럼 자리했다.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스타였다.
최근 들어 최지우와 대중의 거리는 매우 가까워졌다. 지난해 tvN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 ‘삼시세끼 정선편’ 등에 출연하면서부터다. 털털하고 친근한 모습을 내비치며 우리에게 한발 다가왔다.
이에 최지우는 “사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나름 데뷔한 이후 인간 최지우의 모습을 어느 정도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 같다. 그 부분에 있어 나 역시도 놀랐다”고 말했다.
예능뿐 아니라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17일 개봉된 박현진 감독의 ‘좋아해줘’에서 그녀는 탬버린을 목에 낀 채 막춤을 불사른다. 야무지게 보이지만, 실상은 하는 일마다 속고 당하는 어리바리한 함주란을 연기했다. 이전 작품에서 분명 볼 수 없었던 최지우의 모습이다.
이번 영화에서 커플 호흡을 맞춘 김주혁의 생각도 대중과 같았다. 그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주혁 오빠를) 처음 만났는데, ‘깐깐하고 도도할 것 같았는데 너무 변했어’라고 하더라”며 “요즘 예능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몸속에 흐르는 끼는 예전에도 있었다면서 최지우는 ‘겨울연가’ 당시의 일화를 공개했다.
“그때 당시 망가진 건 아니었지만 나름 춤추는 신이 있어요. 편집돼서 조금 나왔지만, 그때도 엄청나게 춤을 췄죠. 당시 윤석호 감독님께서 ‘지우씨가 나이 들면 ‘브리짓 존스의 일기’ 같은 영화를 찍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도 성격이 밝았나 봐요. 하하.”
최지우의 스크린 출연은 ‘여배우들’(2009) 이후 7년 만이다. 드라마도 매년 한 작품을 넘어가지 않았다. 분명 다작과는 멀었지만, 지난해만큼은 달랐다.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갑자기 일에 대한 욕심이 많아진 걸까. 그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몸을 맡겼다는 게 더 정확해 보였다.
정선은 밥 한 번 지으러 가볼까 싶은 가벼운 마음으로 갔고, 그리스는 한 번도 안 가봐서 가고 싶었다. 드라마 ‘두 번째 스무살’은 감독님이 먼저 책을 건넸다. 대학생 아이를 둔 엄마라는 설정에 ‘허걱’ 했지만, 내 나이였고 충분히 타당성이 있었다. 그리고 드라마 끝나고 ‘좋아해줘’를 찍고, 개봉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을 이었다.
최지우는 “특별히 (일을 더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는데, 지난 한 해 동안 상황이 나를 이렇게 이끌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최지우한테 이런 모습이 있어’라고 할 정도로 변할 수도 있고”라고 예고했다.
어느덧 최지우도 40대에 접어들었다. 과거 ‘지우히메’의 위상 역시 많이 흐려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녀의 행보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그녀는 “지금은 ‘지우히메’가 아닌가요”라고 웃은 뒤 “(나이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고, 주변에서 자극과 상처를 준다”면서 “그냥 자연스러워지고 싶다. 과거에 얽매이는 것도 싫고, 그런 성격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오늘 열심히 살고, 충실하면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나를 봤을 때 그 모습이 만족스러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황성운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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