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남궁민이 생각하는 남규만은 어떤 사람인가?
남궁민: 미친 놈이다. 악질 중의 악질이다. 남규만은 자신밖에 모르고 모든 것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의식적으로 그런 게 아니고 성장기를 겪으며 자연스럽게 본인 위주의 인생이 됐다. 나를 위해서라면 폭행은 물론 살인도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기적이고 철 없는 사람이다.
Q. 처음에는 진지하게 남규만을 연기해서 무서웠다. 그런데 중반 이후부터는 코믹한 요소도 섞였다.
남궁민: 드라마 17년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20부작은 정말 길다. 이럴 때 하나의 템포로 가는 건 연기자도 어렵지만 보는 사람도 어렵고 힘들다. 그래서 화를 내지만 웃길 수도 있는 장치를 넣어보는 게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애드리브로 연기한 부분이 좀 있다. 자동차 부수는 신에서도 그 대사가 아니었다. '나 잡아봐라', '그지새끼', '헬기 돌려' 이런 대사들도 원래는 대본에는 진지한 문체로 쓰여 있었다. 사실 애드리브 많이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남규만은 그 부분에서는 진지하게 안 할 거 같아서 조금 리얼하게 바꿨다. 그런데 시청자분들께서 좋아해주셨으니 감사하고 만족한다.
Q. 극 중 안수범(이시언)이 여자친구라고 둘러댔던 장면, 깡패들 패싸움에서 "같은 깡패인데 왜 내 깡패가 밀리냐"고 소리쳤던 장면이 가장 유쾌했던 것 같다. 이것도 애드리브였나?
남궁민: 수범이 어깨 너머로 휴대폰을 봤을 때, 이시언이 갑자기 "여자친구야"라고 먼저 애드리브를 쳤다. 그래서 나도 받아쳤다. "아이고, 잘 하고 돌아다닌다" 여기서부터 "스무살"이라고 한 것 모두 애드리브였다. 그런데 깡패 패싸움 장면에서의 대사는 애드리브가 아니었다. 대본에 있었다. 그래서 드디어 작가님이 인정해주셨나 해서 뿌듯했다.
Q. 유독 때리고 부수는 장면이 많았다. 혹시 그럴때 내심 시원하다고 느낀 적은 없나?
남궁민: 초반에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화를 계속 내다보니 그 정도로는 화가 안 풀렸다. 오히려 사소한 것으로 화가 더 나면 났지, 희열을 느끼거나 그런 건 없었다. 그렇게 몰입할 때 주변 스태프들이 작은 실수라도 하면 좀 미안한 상황이 벌어졌다. 아직 스태프들이 그만두지 않아서 감사하다.(웃음)
Q. 남규만은 결국 자살했다. 마음에 드는 엔딩인지?
남궁민: 개인적으로는 괜찮았다. 사실 남규만은 외로운 인물이었다. 그래서 드라마 처음 들어갈 때 작가님, 감독님과 약속 한 것이 있다. 절대 남규만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엔딩 직전까지 악랄하게 굴었다가 마지막에 회개하고 반성하고. 이런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국 자살했는데 만족스런 결말이었다. 제작진도 약속도 지켜주셔서 감사하다.
Q. 아쉬운 것도 있다. 역대급 악역이지만 TV라는 매체 특성상 대사가 거칠어봤자 '새끼야' 정도다. 더 강렬하게 표현했으면 하는 장면들도 있었다.
남궁민: 그래서 리허설 때 욕 정말 많이, 시원하게 했다.(웃음) 그렇게 하니까 진짜 촬영할 때 더 감정이 잘 나온 것 같았다. 사실 욕을 늘 할 필요는 없지만 분명 필요한 부분도 있긴 하니 아쉬운 것도 없지는 않다.
Q. 전작에서는 사이코패스 살인마 권재희였다. 남규만과 권재희 누가 더 나쁜가?
남궁민: 권재희는 그래도 매너가 있다. 그리고 권재희는 차분하고 날카로운 내면 연기가 많아서 남규만에 비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남규만은 밑도 끝도 없다. 오죽하면 한진희 선생님이 "남규만은 한 번 분해해서 들여다 봐야한다"고 말하셨을 정도다. 처음 해본 연기 방식 때문에 초반 3주 정도는 계속 연기가 삐그덕거렸다.
Q. 이번 남규만을 연기하며 얻었게 있다고 들었다.
남궁민: 연기 잘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사실 연기가 이때 갑자기 는 건 아니다. 늘 해왔던 만큼 한 건데 이번에는 많이 봐주셔서 그런 듯하다. 사실 대중 예술 하면서 대중이 안 보는 곳에서 열정을 다 할 때 서글플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번엔 봐주셨고, 그걸 '연기 잘한다'고 해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두 번째는 이제 더 이상 안 웃어도 된다는 거다. 사실 예전에는 늘 웃고 있어야 했다. 만약 무표정이라도 지으면 '남궁민 무슨 일 있나'하고 생각하셨다. 그런데 이젠 안 웃어도 캐릭터겠지, 그런가보지 하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예전보다 표현의 자유도 생기고 좋다. 편해졌다.(웃음)
남궁민은 인터뷰 하는 동안 활짝 웃다가도 남규만의 악행을 고발(?)할 때는 살짝 인상 쓰는 등 남궁민과 남규만을 오가는 느낌을 전했다. 이 느낌을 말하자 남궁민은 "지금 저에게 남규만이 보이냐"며 쑥쓰럽게 웃어보였다.
자신 속에 남규만이라는 역할 하나가 쌓였다는 남궁민은 평상시 작품 끝난 후 좀처럼 하지 않았던 '셀프 칭찬'을 이번만큼은 자신에게 보냈다.
"작품이 끝나면 늘 나에게 '설렁설렁 하지 않았냐'고 물어요. 그런데 이번만큼은 잘했다고 칭찬했어요. 최선 다해 좋은 작품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다음 작품에서는 무서웠던 남규만을 씻어 낼 것과 좋은 연기로 찾아 뵐 것을 팬분들께 약속드려요."
사진=935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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