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 2024-02-06 20:05:00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기반이 될 뿐 아니라 막대한 연산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초거대 AI 구현에 핵심 인프라라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꽃’으로 불린다.
IT(정보통신) 산업 기반이 취약한 부산이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 초대규모 데이터센터 집적단지 조성에 들어가면서 ‘동북아 물류 허브’를 넘어 ‘글로벌 데이터 허브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비수도권 데이터센터 전쟁 점화
국내 데이터센터는 70%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어 안정성이 떨어진다.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데, 수도권의 심각한 전력난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력공급을 위해 고압송배전 설비가 필요한데 수도권에는 가용 부지도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수도권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데이터 손실, 인터넷 지연 등 통신 인프라 마비로 이어져 국가적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22년 10월 경기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톡과 다음을 비롯한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127시간 동안 마비돼 통신, 결제,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도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에 대비, 지난해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정책적으로 비수도권으로의 입지 분산에 나섰다. 데이터센터 선점 경쟁이 본격화한 셈이다.
■5대 요소 모두 갖춘 부산 최적지
수도권 내 신규 데이터센터 설립이 벽에 막히면서 국내외 업계는 관련 기반을 두루 갖춘 부울경으로 눈을 돌렸다. 특히 부산은 데이터센터 운영 5대 요소를 모두 갖춘 최적지로 꼽힌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서버와 데이터 저장 장치를 가동하고, 내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해 전력소비가 매우 크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 최대 원전밀집단지를 끼고 있는 부산은 2022년 4만 6579GWh의 전력을 생산해 전력자급률이 216%로 17개 시도 중 1위다. 정부가 도입을 준비 중인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적용되면 데이터센터 수요 기업이 타 지역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전력을 이용할 수 있다.
부산은 해외로 나가는 해저광케이블 90% 이상의 기점으로 글로벌 서비스 제공에 지리적 이점도 크다. 해저케이블이 밀집한 부산의 데이터센터 집적단지가 해외망과 네트워크를 직접 연결하게 되면 국내에 서비스되는 모든 해외 기업의 트래픽과 데이터 처리는 부산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주식 거래 등을 위해 나노초 단위에서 안정적으로 트래픽을 처리해야 하는 금융·증권이나 블록체인 업계의 경우 부산지역 데이터센터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지역 22개 대학에서 매년 1만 1100명 이상의 공학계열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어 디지털 전문 인력 고용이 용이하고, 지산학 협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장점으로 꼽힌다. 건물 형태인 데이터센터 특성상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부산은 재해 피해가 적어 연중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는 기업은 긴급 상황 시 자체 인력을 빠르게 투입해야 한다. 지역 상주 인력이 필요한 셈이다. 그린데이터센터 집적단지가 조성되는 에코델타시티가 ‘친환경 스마트 신도시’로 정주 인프라와 광역교통망을 갖췄다는 점도 부산만의 강점이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강승훈 팀장은 “데이터센터는 보통 몇십 년 이상의 비즈니스를 바라보고 짓는 만큼 이용 기업들로서는 각종 인프라나 운영 인력 확보 문제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비수도권에서는 제2의 경제권이자, 대학, 연구기관, 교통, 정주환경 등 관련 인프라를 갖춘 부산이 가장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디지털 혁신 생태계 조성 성큼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연평균 6.7%씩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8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 자체는 고용 창출 효과가 한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해 관련 기업을 모은 집적단지를 조성하면 국내외 우수 기업 유치와 첨단 신산업 생태계 조성 등 다양한 경제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부산에는 강서구 미음산단 일원에 마이크로소프트(MS)와 LG CNS 등 4개의 데이터센터가 가동되고 있다. 이들 데이터센터는 자사 데이터 처리를 위해 이용되고 있어 연관 산업 유발 효과는 제한적이다. 반면 에코델타시티 그린데이터센터 클러스터는 수요 기업이 계약을 맺고 사용하는 상업용 데이터센터여서 다양한 국내외 플랫폼 기업을 유치할 수 있고, 그만큼 전후방 산업 파급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린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입주기업들은 신규 인력을 지역 주민으로 우선 고용하고, 데이터센터 건축과 설비 구축 시 지역 업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또 데이터센터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싱가포르, 타이완, 인도네시아 등과 해외망을 직접 연결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와 AI반도체, 냉각, 서버 등 친환경 고효율 신기술을 적극 개발해 혁신성장 기업을 발굴·육성하고, 클라우드 기술을 중심으로 디지털 혁신생태계를 두텁게 조성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