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신춘문예-단편소설 심사평] 흡인력 큰 서사에 환상성 갖춰…신춘문예에 적합

2024-12-31 17:26:37

왼쪽부터 정찬·정인·나여경·이병순·이정임 소설가 왼쪽부터 정찬·정인·나여경·이병순·이정임 소설가

예심위원들이 고투 끝에 본심으로 넘긴 작품은 7편이다. 심사위원들은 그중 네 편에 주목했다. ‘뼈의 기억’은 소재는 흥미로우나 소재를 뒷받침하는 인물들의 구체성이 부족했다. 할머니가 홀로 죽음에 이른 연유, 생시와 같이 분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긴 내적 동기와 법의인류학자였던 인물이 뼈 분장사로 직업을 바꾸게 된 동기 등이 구체적이지 않아 서사가 무너진 아쉬움이 컸다.

‘심해금고’는 은행이란 한정된 장소를 통해 조직 속에서 겪는 개인의 실존적 외로움을 잘 드러냈다. 특히 아쿠아리움의 심해 존을 통해 화자의 현실 인식을 묘사한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소설의 첫머리에 큰 비중으로 등장한 ‘미안한데’가 중요한 역할 없이 결말에 이르러 서사의 긴밀성이 부족했다. ‘치이즈’ 또한 병원이란 공간을 통해 3개월 차 임병사가 겪는 직장 내 폭력과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안정적인 문장으로 잘 그려냈다. 하지만 쓰러진 미정 앞에 갑자기 전임자인 이수가 나타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동기를 심어 준 설정은 너무 극적이어서 억지스러웠다.

‘기린을 옮기는 방법’은 여느 소설들과 결이 다른 독특한 소설이다.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는 우리의 현실을 상징하는 구성을 통해 삶을 은유하는 서사 방식은 흡인력이 컸다. 그 속에 환상성을 간직한 것이 이 소설의 특별함이다. 다소 낯설지만 이러한 새로운 형식이 신춘문예에 걸맞은 작품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하여 당선작으로 뽑았다.

심사위원 정찬·정인·나여경·이병순·이정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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