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7-06 10:18:56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고, 이중 소매업·음식점업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와 고금리·고물가로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6일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법인을 포함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100만 8282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2만 1795명 증가한 수치로,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폐업자는 2019년 92만 2159명에서 3년 연속 감소해 2022년 86만 7292명까지 줄었다. 그러다 2023년에는 98만 6487명으로 늘어나는 등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증가하며 100만 명대로 진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누적된 사업 부진과 고금리로 인한 연체율 악화 등으로 2023년부터 폐업자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폐업률도 2년째 상승세다. 지난해 폐업률은 9.04%로 전년(9.02%)보다 소폭 올랐다. 지난해 운영한 사업자 가운데 약 9%가 그해 폐업했다는 의미다.
폐업 사유별로는 '사업 부진'이 전체의 50.2%인 50만 6198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사업 부진’ 사유 비중이 50%를 초과한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50.2%) 이후 처음이다. '기타' 사유가 44만 9240명으로 다음으로 많았다. 이 밖에 양도·양수(4만 123명), 법인 전환(4471명), 행정처분(3998명), 해산·합병(2829명), 계절 사업(1089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폐업자는 내수 밀접 업종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전체 52개 업종 가운데 소매업 폐업자가 29만 9642명으로 전체의 29.7%를 차지했다. 이어 음식점업(15.2%), 부동산업(11.1%), 도매 및 상품중개업(7.1%) 순으로 비중이 컸다. 소매업과 음식점업을 합하면 전체의 약 45%에 달한다. 지난해 건설경기 불황에 건설업 폐업자도 4만 9584명으로 4.9%에 달했다.
지난해 폐업률은 업종별로 소매업(16.78%), 음식업(15.82%), 인적용역(14.11%)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소매업 폐업률은 2013년(17.72%)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금리에 민감한 재화 소비가 줄어든 데다가 온라인화·무인화 추세가 계속되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2.24%로, 2013년 2분기 말(13.5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약 자영업자란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차주를 말한다.
한편,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수는 2019년 1만 1499곳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1만 528곳으로 971곳(8.4%) 줄었다. 6년 반만에 1000곳 가까이 폐업한 것으로, 2∼3일에 한 곳꼴로 문을 닫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