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2025-01-20 18:33:15
경찰이 20일 서울서부지법 등에서 발생한 ‘초유의 폭력 사태’에 대해 강경 수사 방침을 밝혔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이날 윤석열 대통령 강경 지지자들의 집결을 앞두고 회의를 취소하는 등 파장이 계속된다. 헌법재판소를 테러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온라인에 올라와 경찰이 조사에 착수하는 등 일부 유튜버들이 촉발한 사태가 확대하는 모양새다.
서울경찰청은 20일 “서울서부지법과 헌법재판소 내외부에서 발생한 집단 불법 행위로 현행범 총 90명을 체포해 19개 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고 밝혔다. 경찰은 체포된 90명 중 법원에 침입한 46명 전원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량을 저지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10명, 경찰을 폭행하거나 서부지법을 월담한 사람 중 혐의가 중한 10명 등 총 66명에 대해 지난 19일부터 차례대로 서울서부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 중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24명은 현재 유치장에 수감된 상태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90명의 연령대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20대와 30대가 46명으로 과반(51%)을 차지했다. 서울서부지법에 침입한 46명 중 유튜버는 3명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휴대전화, 채증 자료, 유튜브 동영상 등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불법행위자를 확인해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생중계된 유튜브 영상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법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한 유튜버는 법원 건물을 향해 돌을 던져 유리를 깨부쉈다. 그는 “이제부터 전쟁이다. 국민 저항권이다. 들어가자”고 외쳤다. 유튜버가 시위대를 향해 경찰들에 “밀어”라고 외치며 부추기는 장면도 있었다. 일부 유튜버는 자신이 경찰에 체포되는 모습까지 생중계하며 시청자들에게 후원을 유도하기도 했다.
법원행정처가 추산한 물적 피해는 6억~7억 원 규모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법원 외벽 마감재와 유리창, 셔터, CCTV 저장장치, 출입통제 시스템, 책상 등 집기, 조형 미술작품이 파손됐다. 서울서부지법은 출입 통제를 강화해 외부인은 사건 번호와 방문 목적이 확인돼야 출입할 수 있도록 했고, 일반 민원 상담 업무는 오는 24일까지 폐쇄된다.
대법원은 이날 오전 긴급 대법관회의를 개최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서울서부지방법원 사태에 관하여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에서 “대법원장도 이번 사안의 엄중함에 맞춰 내일 긴급 대법관회의를 소집해 상황을 공유하고 법원 기능 정상화와 유사 사태 재발 방지 등 법치주의 복원을 위한 지혜를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은 전담 수사팀을 가동하며 엄정 수사 방침을 밝혔지만, 여진은 계속된다. 특히 인권위는 20일 전원위원회 회의를 당일 취소했다. 인권위 측은 “최근 서울서부지법 인근 난입 사태가 있었고 소요가 예상돼 오늘 회의는 취소했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이날 윤 대통령 방어권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의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 상정을 앞두자 일부 윤 대통령 강경 지지자들이 인권위 앞 집결을 예고한 바 있다.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등도 역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계획해 충돌 가능성도 제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헌재를 테러하겠다는 범행 예고 글도 올라와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내 갤러리에 “헌법재판소에 불을 지르겠다”는 취지의 게시물을 쓴 작성자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오후 한 시민으로부터 온라인상에 이 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조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