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 2025-02-02 17:35:04
2일(한국 시간) 오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인 대만 타이난 아시아태평양국제야구장. 영상 20도의 온화한 기온이지만 롯데 선수들의 열기는 한여름처럼 후끈하다. “좋아~”, “파이팅~” 등 훈련을 독려하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목소리에 활기가 넘친다. ‘7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라는 오명을 올 시즌에는 씻어내려는 몸짓들이 비장하다.
비장함으로 따지자면 ‘우승 청부사’ 롯데 김태형 감독만 할까. 김 감독은 지난 시즌 롯데 사령탑을 맞으면서 리그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제대로 쓴맛을 봤다. 김 감독은 2015~2022년 두산 베어스를 맡아 7년 연속(2015~2021년) 한국시리즈 진출, 우승 3회(2015~2016년, 2019년), 통합우승 2회(2016년, 2019년)를 일궈낸 명장이다.
지난해 김 감독이 롯데 사령탑을 맡을 당시 팬들은 ‘가을야구’ 이상을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롯데는 지난 시즌 66승 2무 74패, 승률 5할에도 미치치 못하며(승률 0.471) 7위에 머물렀다.
롯데 사령탑 2년 차인 김 감독에게 2025년 시즌 목표는 확실했다. “진짜 가을야구 가야죠”. 결의와 함께 간절함도 전해졌다. 아픈 곳을 건드려 봤다. 지난 시즌에 대한 복기. 김 감독은 “초반에 어떤 테스트도 좀 많이 해서 우리 팀이 어느 정도 되는가를 판단했다. 젊은 선수들의 미래도 봤다”면서 “하지만 투수들 쪽에서 여러 가지 잘 안 맞는 경우가 있었다. 모든 건 감독 책임이다”고 말했다.
롯데가 지난 시즌 가을야구에 초대 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허약한 마운드였다. 롯데의 지난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5.05로 10개 구단 중 7위였다. 불펜진은 더욱 심각했다. 불펜진의 팀 평균자책점은 5.36으로 9위였고, 블론 세이브는 27회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았다. 접전 상황은 물론 넉넉한 점수 차로 이기고 있을 때도 필승조 난조로 허망하게 경기를 내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롯데는 스토브리그 기간 마운드 정비에 적극 나섰다.
지난해 김 감독의 머리를 가장 아프게 했던 선발진 구성부터 시작됐다. 기존의 찰리 반즈와 새 외국인 투수 터커 데이비슨이 ‘원투 펀치’를 맡을 예정이고, 박세웅과 입대를 연기한 김진욱이 3~4선발을 책임지게 된다. 그리고 5선발은 무한 경쟁 체제로 가기로 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는 외국인 투수 두 명만 잘했다. 올해도 외국인 투수들은 잘 해줄 것으로 본다”면서 “데이비슨의 공을 봤는데 아직 100%는 아니지만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김 감독은 “무엇보다 지난해 부진했던 박세웅이 올해는 괜찮을 것”이라며 “박세웅과 김진욱이 3~4선발로 제 역할을 해주면 5선발은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롯데 5선발은 나균안과 한현희, 박진 등이 후보군이다.
롯데는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애런 윌커슨(35)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윌커슨은 지난해 부상 없이 32경기에 선발 등판해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196.2이닝을 소화해 12승 8패 평균자책점 3.84로 맹활약했다. 허약한 롯데 마운드를 지키며 ‘사직 예수’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롯데는 윌커슨의 많은 나이를 감안해 과감하게 새 외국인 투수 터커 데이비슨과 계약했다. 롯데가 마운드 보강에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는 불펜진 강화에도 나섰다. 핵심 유망주 김민석을 두산 베어스에 내주고 신인왕 출신인 투수 정철원을 데려왔다. 정철원은 김 감독이 두산 사령탑을 맡았을 때 리그 정상급 불펜 요원으로 성장했다.
정철원의 합류로 롯데 불펜진을 한층 단단해졌다. 롯데는 팀 내 자유계약선수(FA)였던 마무리 김원중, 셋업맨 구승민을 잔류시키면서 핵심 전력을 지켜냈고, 여기다 정철원까지 가세한 것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투수들은 여러 사정으로 조금 어수선했다. FA도 붙잡았고 정철원도 합류했으니 조금 안정감을 찾을 것 같다”면서 “정철원은 불펜에서 정말 필요한 선수다. 구위도 충분해서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확도 있었다. 이른바 ‘윤나고황’(윤동희·나승엽·고승민·황성빈)이라 불리는 20대 젊은 선수들이 주전으로 도약하며 야수진 세대교체에 성공한 것이다.
김 감독은 특히 윤동희를 언급하며 “2년 차에 그렇게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더 잘하려고 하다가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만, 감독 성향도 이제 알게 됐으니 더 편안하게 야구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기간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나승엽, 고승민, 황성빈은 김 감독이 부여한 기회를 놓지지 않고 주전으로 입지를 굳혔다. 이는 롯데가 올 시즌 가을야구 진출을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은 감독이 새로 왔고, 여러가지 실험적인 측면도 있고 해서 어수선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이 넘쳐나고 안정적이다. 무엇보다 야구에 임하는 자세나 야구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좋아져 올해는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타이난=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