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2025-07-14 08:00:00
12일 울산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리면서 이 중 해마다 침수와 노출을 반복하는 아픈 역사에도 마침표를 찍을지 주목된다.
울산 울주군 대곡천에 자리한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에서 상류로 4.6km 떨어져 있다. 그러나 큰비만 오면 물에 잠기기 일쑤다.
사연댐은 반구대 암각화를 발견한 1971년보다 6년 전인 1965년 대곡천 하류에 지어졌다. 사연댐 수위는 평소 해발 40m~최고 60m 정도다. 우기에 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암각화 침수가 시작돼 56.7m일 때 그림이 완전히 잠긴다. 수위 조절이 안 되는 월류형 댐인 까닭에 물이 차면 반구대 암각화도 함께 잠기는 것이다.
사연댐을 운영하는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암각화가 물에 잠긴 날은 연평균 42일이었다. 반구대 암각화 입장에서는 ‘자맥질 국보’란 오명으로 불리며 60년째 물고문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1995년 국보로 지정됐지만 반구대 암각화 보존 정책은 그 이후로도 줄곧 헛바퀴만 돌았다. 사염댐 수위 조절, 임시 제방 설치, 임시 물막이 설치 등 여러 안이 제시됐지만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암각화 주변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로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특히, 사연댐 수위는 울산시의 식수 문제가 직결되어 있다. 암각화 훼손을 막기 위해 사연댐 물 높이를 53m 아래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러면 울산시 하루 식수의 13% 정도인 4만 9000t의 물을 흘려보내야 한다. 울산의 생활 용수는 사연·회야·대곡댐 3곳이 나눠 공급하고, 부족한 용수는 낙동강 용수를 구매해 써야 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사연댐 수위를 낮추려고 미래 수요까지 생각하면 4만 9000t 이상의 물을 받아와야 한다”며 “회야댐 정수량 증설 등 다양한 맑은 물 확보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2021년 암각화 발견 50년을 맞아 정부가 사연댐에 15m 폭의 수문 3개를 설치하기로 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잡혔다.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국가유산청, 울산시 등을 주축으로 한 실무협의회가 구성됐고, 사업비 640억 원을 확정해 ‘사연댐 안전성 강화사업’을 진행 중이다.
우기 때는 수문을 열어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사업의 주된 목적이다.
그러나 울산의 식수원 부족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정부가 2021년 경북 청도 운문댐의 물을 울산에 공급하는 대신 사연댐 수위를 낮춰 반구대 암각화를 보호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수량이나 공급 시기 등 명확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여전히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을 둘러싼 지역 간 갈등, 현재 정부 방침 변화 등으로 사업 추진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노력은 당분간 유네스코에서도 주요 과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측은 ‘반구천의 암각화’를 신규 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사연댐 공사의 진척 사항을 세계유산센터에 보고할 것”과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개발 계획에 대해 세계유산센터에 알릴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