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2025-02-12 18:13:34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농협중앙회 본사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농협 본사에 대해선 민주당의 ‘텃밭’인 전남과 전북이 유치 경쟁에 나선 상태다. 민주당이 농협 이전 법안 처리에 힘을 실을 경우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연계돼 ‘부산 홀대론’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문금주 의원은 지난달 23일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농협법 114조의 ‘중앙회는 서울특별시에 주된 사무소를 둔다’는 내용을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는 정관으로 정한다’고 수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문 의원 측은 “현행법은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상충된다”면서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를 정하거나 지사무소를 둘 때 국가균형발전을 고려하도록 함으로써 지역 간의 불균형 해소를 통한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조경태 의원이 지난 7일 비슷한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 의원 법안에서도 본사 소재지와 관련 ‘서울특별시’를 ‘정관으로 정하는 바’로 수정했다. 조 의원 측은 “중앙회의 주된 사무소를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명시하고 있어,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정책과 상충된다”고 밝혔지만 “농협 본사를 부산에 유치하겠다는 의도로 발의한 법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농협 본사의 지방 이전을 위한 농협법 개정안은 호남 지역구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바 있다. 호남권에서는 김영록 전남지사가 농협과 수협 본사 유치를 강력 주장하고 나서면서 신정훈 의원 등이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신 의원은 21대 국회 당시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본사를 전라남도로 이전하자는 취지”라며 “농어민 없이는 농협과 수협도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호남에서는 전북도 농협 본사 유치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전북은 2017년부터 농협 본사 이전 최적지라면서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을 위한 핵심 기관으로 농협을 지목한 바 있다. 이처럼 호남 지자체가 농협 본사 유치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22대 국회에서 또다시 관련 법안이 발의되면서 민주당의 입장에 관심이 집중된다.
농협법 개정안은 현재 상임위 상정 전으로 아직 구체적인 당내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의 현안 법안으로 부각되면서 당 차원에서 힘을 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농협법 개정을 추진할 경우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산은법 개정과 연계돼 ‘부산 홀대’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산은법 개정은 농협법 개정과 정확히 일치해 법에 명시된 본점 소재지 ‘서울특별시’ 규정을 ‘정관으로 정한다’로 수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산은법 개정안에 민주당이 반대하자 호남 지역 언론에서는 “산은 부산 이전이 확정되면 농협 본사의 전남 이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는데 민주당이 이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라며 “민주당이 텃밭으로 전남을 치켜세우지만 정작 지역이 필요로 하는 법안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호남 지역까지 나서 산은법, 농협법 개정을 요구하지만 민주당이 산은법과 농협법 개정에 모두 반대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선출직 지도부 전원이 수도권 지역구 의원으로 구성돼 이미 수도권 정당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부상한 김민석 최고위원의 경우 자신의 지역구(영등포을)에 위치한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농협 본사가 위치한 서대문구의 지역구도 갑·을 모두 민주당이 지역구 의원을 맡고 있어 반대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