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일 "'아파트' 재건축, 부산 사람들이 힘 좀 보태 주이소"

올 초 11년 만에 새 앨범… 내달 17일 벡스코서 콘서트
K팝 스타 로제 'APT' 열풍에 윤수일 아파트도 '역주행'
"예전엔 부산에서 인기 얻으면 전국적인 히트곡 돼"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2025-04-29 16:22:25

가수 윤수일이 내달 부산 벡스코 콘서트를 앞두고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석호 기자 가수 윤수일이 내달 부산 벡스코 콘서트를 앞두고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석호 기자

대중가요 ‘아파트’로 1980년대를 풍미한 가수 윤수일이 돌아왔다. 아파트는 1984년 KBS 가요톱10에서 5주 연속 1위(골든컵)을 기록한 당대의 최고 히트곡이었다.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인 로제가 지난해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APT.’가 세계적 열풍을 몰고 오면서 윤수일의 아파트도 덩달아 ‘역주행’을 시작했다.

1977년 가요계에 데뷔한 윤수일이 내달 1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음악 인생 50년을 되돌아보는 콘서트를 개최한다. 올 초 발매한 새 앨범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2013년부터 부산에서 살고 있는 윤수일을 최근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만났다.

내달 부산 벡스코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 가수 윤수일이 해운대 엘시티 내 미디어아트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석호 기자 내달 부산 벡스코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 가수 윤수일이 해운대 엘시티 내 미디어아트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석호 기자

-부산에서는 어떻게 지내시나요?

“달맞이 고개에 작업실이 있고, 거기서 작사·작곡도 하고 노래 연습도 합니다. 해운대 바닷가에 있는 아파트에서 살고요. 연예기획사 ‘누리마루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서 대표를 겸하고 있어요. 신인 가수를 발굴하는게 부산에서는 힘드네요. 다들 서울로 떠나버리니…. 그래도 장보윤, 송민준, 나상도, 요요미 같은 어린 친구들이 가요계에서 활동할 수 있게끔 열심히 도왔고, 조금씩 성과도 나오는 것 같아요.”

-지난해 로제 APT. 열풍으로 덕 좀 봤겠네요? 음원 수입도 늘었을 것 같은데 로제한테 밥 한번 사야 하는 것 아닙니까?

“당연히 밥 사야죠. 그런데 만날 수가 있어야지…(웃음). 수입도 좀 늘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많지 않아요. 42년 전에 발표한 노래가 역주행하는 가요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습니다. 방송 섭외도 많이 들어오고, 여러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도 쏟아집니다.”

가수 윤수일이 내달 부산 벡스코 콘서트를 앞두고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석호 기자 가수 윤수일이 내달 부산 벡스코 콘서트를 앞두고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석호 기자

-이번 콘서트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2014년에 앨범을 낸 이후 11년 만에 새 앨범을 냈어요. ‘2025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앨범 이름을 붙였는데 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과 사랑, 이별의 감정을 곡에 녹였습니다. 자작곡 10곡이 들어있는데 타이틀곡 ‘살아있다는 것으로’는 빠른 템포에 비트를 넣은 ‘록 트롯’입니다. 윤수일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콘서트가 될 겁니다. 저 말고도 모든 분들의 건강과 감각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의미도 있어요.”

-새 앨범의 다른 곡들도 소개해주시죠.

“‘꿈인지 생신지’라는 노래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그 자체가 꿈이면서도 기쁨이라는 것을 발라드로 표현했습니다. 요즘 아기를 안 낳아서 출생률이 떨어진다고 하잖아요. 미혼남녀가 만나서 사랑하고, 그래서 ‘내 아를 낳아도’라고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출생률 높이는 캠페인곡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서울 나그네’도 발라드곡인데 도시를 떠나 그 도시의 추억을 되돌아보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우리들 모두가 나그네 아닙니까? 방송에서 반응이 무척 좋습니다.”

-콘서트 규모가 좀 있어 보입니다.

“밴드가 12명이 나오고, 무대 조명 음향 등 스태프가 50명 정도 됩니다. 그리고 특별히 게스트 두 분을 모셨는데 이건 깜짝 이벤트라서 미리 말씀드릴 수 없어요. 신경 쓰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벡스코 오디토리엄 좌석이 3000석 정도 되는데 이걸 다 채우려면 부산 사람들이 분발해서 도와주셔야 합니다. 가까운 동료 가수들도 모두 초청하고 싶은데, 너무 멀어서 부담 주기도 그렇고….”

가수 윤수일이 내달 부산 벡스코 콘서트를 앞두고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석호 기자 가수 윤수일이 내달 부산 벡스코 콘서트를 앞두고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석호 기자

-부산에서 음악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부산에 올 때 큰 기대를 가지고 왔습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아닙니까? 서울에서만 가요활동을 하란 법은 없잖아요. 그런데 좀 고독한 도시 같아요. 동료 가수들이나 가요계 사람들도 쉽게 올려고 하지 않고…. 거기다 부산에 온 지 얼마되지 않아 코로나 팬데믹이 터져서 주춤거리다보니 활동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이제 좀 신나게 뛰어 보려고요.”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부산에서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는 서울과 부산의 격차가 너무 심합니다. 공존하고 경쟁해야 하는데 그게 안돼요. 일본은 도쿄와 오사카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합니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뉴욕과 LA가 서로 경쟁하면서 성장해요. 대중문화를 할 수 있는 인재들이 모두 서울로 유출돼 버리는 게 가장 힘들어요. 힘 닿는 데까지 수준을 높여 놓는 게 목표예요.”

-예전에는 대중가요가 부산에서 인기를 얻으면 전국으로 퍼졌다고 하던데요.

“제가 그런 유행을 만들었어요. 1983년 ‘아파트’ 앨범을 냈을 때, 그걸 들고 부산에 있는 음악다방들을 모두 한 바퀴 돌았어요. DJ들 만나서 ‘이 곡 좀 틀어 달라’고 부탁하고, 일반인들한테도 많이 듣고 불러 달라고 읍소했지요. 그랬더니 이 분들이 KBS, MBC 방송국에 신청곡 엽서를 막 보냅니다. 윤수일의 ‘아파트’ 좀 틀어 달라고, 윤수일을 TV에 출연시키라고 ‘민원’을 쏟아내는거죠.(웃음) 부산을 공략하면 대구, 광주 거쳐서 서울까지 노래가 대히트를 쳤어요.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도 그런 과정을 거쳐서 히트곡이 됐어요.”

-2027년에 정확히 데뷔 50주년입니다. 구상하고 있는 계획이 있나요?

“전국을 돌면서 50주년 콘서트를 크게 할 겁니다. 기념 앨범 제작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산이 출발점이 돼서 다시 윤수일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도록 부산 사람들이 도와 주실 걸로 믿습니다. 윤수일이 ‘아파트 재건축’ 나섭니다. 부산 분들이 힘 좀 보태 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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