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 2025-06-18 17:05:11
현대로템이 30년간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서울에서 부산을 1시간 50분 만에 주파하는 고속철도 개발에 속도를 낸다. 첫 국산화 고속철인 KTX-산천(시속 300km)을 내놓은 이후 20년 만에 운행 최고 시속을 370km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국내에서 착실히 쌓은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첫 고속철 수출에 성공한 현대로템은 300여 중소 협력업체들과 함께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현대로템은 18일부터 2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2025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에서 고속철도와 수소트램 기술력을 알렸다. 올해 12회를 맞이한 이 행사는 격년으로 개최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철도 전시회다.
■‘시속 370km’ EMU-370 모형 첫선
이번 전시회에서 현대로템은 현재 개발 중인 고속열차 ‘EMU-370’의 모형을 처음 공개했다. EMU-370은 KTX-이음(EMU-260)과 KTX-청룡(EMU-320)의 후속 모델로, KTX-청룡(시속 320km)보다 빠른 시속 370km로 달릴 수 있다. 차량 운행은 2030년을 목표로 한다.
EMU-370은 증속에 따라 발생하는 공기 저항과 공력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량 전두부를 유선형으로 최적화하고, 옥상 돌출 구조물을 최소화해 상부 공기 흐름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EMU-370이 상용화되면 서울~부산 구간을 1시간 50분대에 이동할 수 있어 전국이 단일 생활권으로 통합되고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등 지역 균형 발전 효과도 극대화될 전망이다.
현대로템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속철도 기술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아직 제정되지 않은 국제 기준과 표준을 선도하며 해외 시장 경쟁력 확보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로템 이용배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고속철을 개발한 나라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국가 위상에 걸맞은 기술 개발과 품질 고도화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 이전' 비협조로 국산화 고난도
현대로템의 고속철 개발 역사는 1994년 프랑스 알스톰사와의 기술이전 계약 체결로 시작됐다. 하지만 현지에서 진행된 교육에서 알스톰은 조립 기술만 제공했을 뿐 부품표를 비공개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국내 기술진은 현지 교육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얻은 정보들을 토대로 부품표를 완성해야 했다.
이런 고난은 오히려 국산화의 추진력을 키웠다. 현대로템은 협력 부품업체들과 함께 주요 부품을 철에서 알루미늄 합금으로 대체하는 등 기술적 진보를 이뤄냈고 2010년 첫 국산 고속철도인 KTX-산천을 운행하는 데 성공했다.
■동력분산식 기술로 첫 고속철 수출
지난해 현대로템은 우즈베키스탄에 시속 250km급 동력분산식 고속철 42량(6편성)을 공급하는 27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동력이 각 차량에 고루 분산된 동력분산식 열차 EMU-260의 수송력, 승객 편의성 등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결과다.
현대로템이 처음 개발한 KTX-산천은 동력이 맨 앞 열차에 집중된 동력집중식 열차였다. 하지만 역 사이 거리가 짧은 국내 철도 환경에 맞춰 가감속 성능이 뛰어난 동력분산식 열차 개발에 집중했고 이는 해외 진출의 발판이 됐다.
현대로템 고속철도의 부품 국산화율은 90%에 육박한다. KTX-산천을 개발한 사업 초기부터 국내 철도부품업체와 촘촘히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한 결과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전 세계로 수출 거점이 확대되면 국내 철도차량 산업계를 구축하고 있는 300여 개의 부품업체는 물론 3·4차 협력업체에도 새로운 사업 확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