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2026-04-09 14:39:57
김진욱.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진욱. 롯데 자이언츠 제공
2021년 KBO 신인 드래프트. 롯데는 2차 지명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강릉고 에이스 김진욱을 호명했다. 강릉고 2학년 때 최동원상을 수상한 국내 최고 유망주. 한국 야구 좌완 에이스 계보를 이을 투수라는 평가가 그를 설명하는 수식어였다. 롯데는 신인이던 김진욱을 2021년 홈 개막전에서 선발 등판시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올해 어느덧 프로 6년차가 된 김진욱에게는 ‘미완의 대기’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지난해까지 5시즌동안 13승 18패, 평균자책점 6.40. 위력적인 구위를 가졌지만 들쭉날쭉한 제구와 기복이 매 시즌 그의 발목을 잡았다. 올 시즌 첫 등판인 지난 2일 NC전에서도 5회를 넘기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날 김진욱의 투구를 두고 “좋은 공을 가지고 어렵게 승부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던 김진욱이 롯데의 연패를 끊어내며 난세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김진욱은 지난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1실점 호투했다. 롯데는 6-1로 승리했다. 롯데는 기나긴 7연패의 터널에서 탈출했다.
김진욱은 8회까지 공 100개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볼넷은 단 1개였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갔다. 최고 148km, 평균 146km의 직구로 스트라이크존을 망설임 없이 공략했다.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걸치는 공에 타자들은 방망이를 헛돌렸다. 2회 샘 힐리어드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것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이렇다 할 위기도 없었다. 3회와 4회를 삼자범퇴 처리했고, 5회 1사 후 류현인에게 오른쪽 2루타를 맞았지만 이강민을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5회 외에는 아예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지 않았다. 6회에는 병살타로 위기를 넘겼고 7회와 8회는 연속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8회에는 배정대와 이강민을 상대로 스트라이크존 바깥에 걸치는 체인지업과 직구를 섞어 헛스윙을 끌어내며 데뷔 첫 8이닝 경기를 완성했다. 사직 구장 1루에서는 김진욱을 연호하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팬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에이스의 모습 그대로였다.
김진욱의 선발 승은 지난해 4월 2일 한화전 이후 무려 371일 만이다. 롯데 선발 투수로 8이닝 이상 소화한 것은 2024년 5월 22일 KIA전에서 박세웅이 8이닝 1실점을 기록한 게 마지막이다. 국내 왼손 투수가 8이닝 이상을 소화했던 기록은 15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1년 6월 16일 문학 SK전에서 장원준이 8이닝 2실점을 기록한 게 마지막이다.
김진욱은 지난 시즌을 1승 3패 평균자책점 10.0의 부진한 성적으로 마치고 절치부심했다. 지난해 11월 대만 윈터리그에 참가했던 김진욱은 자비로 일본에서 몸을 만들었다. 전지훈련 투수 MVP로 선정되며 노력의 결과로 조금씩 나타났다. 2024년 시즌 도중 일면식이 없던 류현진을 찾아가 배운 체인지업도 시즌 전 가다듬었다. 구단 데이터 팀의 도움을 받아 류현진과 영상으로 본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타릭 스쿠발(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체인지업도 참고해 체인지업을 장착했다. 빠른 직구에 더해 신무기 체인지업은 시즌 2경기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이날 처음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쓴 입단 동기 손성빈도 조력자로서 역할을 톡톡히했다. 손성빈은 수비에서는 김진욱의 공격적 투구를 이끌었고 타석에서도 선취점과 희생플라이로 김진욱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2회말 손성빈은 2사 1, 2루에서 내야 안타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4회에는 희생 플라이로 3루 주자를 불러들여 2-1 역전에 성공했다.
경기 후 김진욱은 “연패를 너무 끊고 싶었다. 내 손으로 끊을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며 “성빈이가 너무 잘해줬고 마음도 잘 맞았다”며 포수 손성빈에게 공을 돌렸다. 김진욱의 호투로 7연패를 끊은 김태형 감독은 “연패는 팀의 에이스들이 끊어준다. 선발 김진욱이 에이스급의 피칭을 해주었다”며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