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 2025-06-24 17:50:29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건너가 100년 넘게 쓸쓸히 있었던 한국 건축물 관월당(觀月堂)이 돌아왔다. 해외에 있는 한국 건물 전체가 돌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일본 가마쿠라의 사찰 고토쿠인과 약정을 체결해 관월당 부재를 정식으로 양도받았다고 24일 밝혔다. 일제강점기 1920년대에 일본인에게 건물이 넘어간 지 100여년 만의 '귀환'이다.
고토쿠인 측은 관월당 건물을 보존·복원하기 위해 지난해 건물을 해체했으며 국가유산청과 협의해 기와, 석재, 목재 등 각 부재를 순차적으로 한국으로 이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오랜 기간에 걸친 협의와 한일 양국의 협력을 통해 이뤄낸 뜻깊은 성과"라며 "소장자의 진정성 있는 기증과 양국 전문가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도쿄 오쿠라 호텔 내 정원 산책로에서 찾은 경복궁 자선당(資善堂)의 유구 110t 분량이 1995년 국내로 반환된 바 있으나, 대부분은 기단과 주춧돌 등 석재였다.
관월당은 조선 왕실과 관련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이다. 건물은 정면 3칸 규모에 맞배지붕 형태이며, 높이가 11.3m(받침 제외)에 달하는 일본의 국보 '가마쿠라 대불'(鎌倉大佛) 뒤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기증 의사를 밝힌 사토 다카오(佐藤孝雄) 고토쿠인 주지는 일본 현지에서 건물을 해체하고 부재를 옮기는 비용을 자비로 부담하면서 협조했다. 고토쿠인 측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 간 문화유산을 지속해 연구하자는 뜻을 밝히며 별도 기금을 마련해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기부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사토 다카오 주지는 "지난 100년간 고토쿠인에 있었던 역사적 의미와 가치도 기억하면서 한국 내 적절한 장소에서 본래의 가치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응천 청장은 "문화유산을 매개로 상호 존중과 공감의 가치를 실현한 모범적 사례"라며 "한일 양국의 문화적 연대와 미래지향적 협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