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3년 전 '공천 거래 묵인 의혹’이 결정타… 악재 겹치는 민주당

김병기 사퇴 배경과 추이

지방선거 공천 금품 수수 관련
강선우와 2022년 대화 공개돼
해당 후보 단수공천으로 당선
적절 조치 없이 묵인 의혹 제기
국힘 “의원직 즉각 사퇴” 공세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2025-12-30 18:28:54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종 비위 의혹이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의 전격 사퇴 배경에는 3년 전 ‘공천 거래 묵인 의혹’이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특혜 논란과 보좌진 갑질 등에서 시작한 의혹이 개인적 리스크를 넘어 집권 여당의 개혁 동력에 영향을 주는 사안으로 번지자 정치적 부담이 임계점을 넘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서있는 한 내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강선우 의원과의 대화가 담긴 녹음 파일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이다.

김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본인과 가족을 축으로 다층적으로 제기돼 왔다. 본인은 물론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잇달아 제기됐지만 김 원내대표는 “낮은 자세로 성찰하면서 일하겠다”며 사퇴에는 선을 그어왔다. 여론 향방을 살펴보겠다는 기류가 전격 사퇴로 기울어진 것은 당의 개혁 입법과 지방선거 주도권에 직결되는 내용의 의혹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전날 한 언론 보도에서는 3년 전 당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장 간사였던 김 원내대표와 강선우 의원 간 금품 수수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김 원내대표는 “1억 (원) 이렇게 돈을 받은 걸 사무국장이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 아니냐. 일반인들이 이해하긴 쉽지 않은 얘기들”이라고 말했다. 이에 강 의원은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의원님 저 좀 살려주세요”라며 읍소했다. 당시 강 의원은 서울시당 공관위원이었다.

해당 대화를 나눈 다음 날, 민주당은 시의원 공천을 신청하며 1억 원을 전달한 김경 후보를 서울 강서구 서울시의원 후보로 단수 공천했다. 김 원내대표가 강 의원 측의 금품 수수 정황을 알면서도 김 시의원은 단수 공천을 받은 것이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금품 수수 정황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 없이 사실상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 의원은 보도 직후 “공천을 약속하고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지만 경찰에서 강 의원과 김 원내대표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당 안팎에서도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 초기 사퇴에는 선을 긋던 당 내부도 부담이 누적되자 정청래 대표가 직접 “매우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입장을 밝히는 등 사퇴론에 힘이 실리고 있었던 상황에서, 결정적 사건이 터졌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특검 추진과 각종 개혁 입법 처리 등 강행 드라이브가 예고되어 있다. 지방선거 6개월 전 여야 대치가 격화되는 가운데 터진 원내사령탑의 개인 비위 의혹이 국정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김 원내대표를 사퇴를 고리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날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번 사퇴는 끝이 아니라 책임의 시작이어야 한다”며 “김 전 원내대표는 의원직에서 즉각 사퇴하고,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성실히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몰아 붙였다.

한편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받는 강 의원에 대한 윤리감찰단 조사를 결정했다. 강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지역구에서 시의원 출마를 준비하던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강 의원은 즉시 반환을 지시했다며 “공천을 약속하고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김 원내대표의 사퇴로 민주당에게 불리한 국면이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 각종 의혹 제기에 이어 원내사령탑 사퇴로 결정타가 이어지면서 여권의 부담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모양새다. 악재가 연쇄적으로 불거지면서 지방선거 전 개혁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부터 지방선거 대비로 본격 전열을 정비하려던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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