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 2026-01-01 21:00:00
지난해 5월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야외주차장에서 열린 ‘제18회 부산항축제’ K팝 콘서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 내국인 총인구가 32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15~39세 청년층 비율(26.9%)은 8대 특별·광역시 중 꼴찌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도 2020년부터 5년 연속 줄고 있다. 부산이 ‘노인과 바다’를 벗어나 도시 활력을 갖추려면 부산 밖에서 부산으로 사람을 불러오는 수밖에 없다. 사는 사람만큼 머무는 사람을 환대하고 더 나아가 정착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양적 증가 대신 도시 활력 초점
생활 인구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라 2023년부터 도입됐다. 주소지에 거주하는 ‘등록 인구(외국인 포함)’와 통근, 통학, 관광, 휴양, 업무, 정기적 교류 등으로 주민등록지가 아닌 지역에서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머문 ‘체류 인구’를 더한 개념이다. 행정안전부가 인구감소지역 89개 기초지자체의 생활 인구를 산정하고, 인구 유입 사업을 위한 지역소멸대응기금도 준다.
부산연구원 김세현 인구전략연구센터장은 정부가 인구 자연 감소 시대에 대안적 정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생활 인구 도입으로 인구 개념을 확장한 것이라고 봤다. “더 이상 양적 증가를 이야기할 수 없는 현실에서 다양한 체류 인구로 도시의 활력을 높이는 것을 새로운 정책 목표로 설정하고, 생활 인구를 통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정책 효과도 측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생활 인구와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정책 효과는 아직 예단이 어렵다. 인구감소지역인 기초지자체만 한정해 통계를 만들기 때문에 활용성이 떨어지고, 통신사와 카드사 민간 데이터를 활용해 추계하는 과정에서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체류 인구 집계에는 방문 목적이 포함되지 않아서 숫자 규모가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인 영향력과 정확히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생활 인구 비율 상위 지역은 대부분 수도권과 가까운 휴양·관광지다. 서핑의 성지로 알려진 강원 양양군은 2024년 평균 등록인구보다 생활 인구가 16배 많았고, 그해 8월에는 28배 많았다. 부산의 인구감소지역인 동구, 서구, 영도구 중에는 동구가 많다. 지난해 5월 기준 동구 등록 인구는 8만 5000명인데, 체류 인구(65만 1000명)를 더한 생활 인구는 73만 800명이나 됐다.
■체류에서 정주로 이어지려면
생활 인구가 유동 인구나 이동 인구와 다른 점은 ‘체류’다. 궁극적으로 체류 인구가 정주 인구로 전환되는 구조가 최선이다. 그러려면 부산이 머물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가 되는 게 핵심이다. 김 센터장은 “일자리는 물론 중요하지만, 인구 정책 측면에서 보면 수도권과 비교해 일자리를 강조하는 것보다 부산만의 차별화된 문화 환경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유진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가 영남 지역 고향을 떠나거나 남은 청년들을 인터뷰한 연구에서 경남 마산 출신으로 부산 지역 대학을 갔다가 서울로 간 청년의 이야기가 비슷하다. 그는 마산을 “정체되고 남자들 중심 일이 많은 곳”, 서울은 “치열하고 살기 팍팍한 곳”, 부산은 “자연환경도 좋고 서울만큼 치열하게 부딪히는 느낌은 없으면서 적당히 있을 건 다 있고 여유가 있어서 좋다”고 비교한다.
부산에 머무는 사람을 ‘부산 사람’으로 환대하려면 생활서비스나 행정·재정 지원의 문턱을 낮출 필요도 있다. 이때 체류의 변동성과 재정 투입 근거, 등록 인구와의 형평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정 기간 지역에 체류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생활 인구 등록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장기적으로는 실제 생활하는 지역을 제2주소로 등록하는 ‘복수 주소제’를 검토할 수도 있다.
지방정부는 생활 인구 제도가 대안적 인구 정책으로 자리잡으려면 지역이 스스로 문제를 발굴하고 현장에 맞춤한 정책을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시는 외국인 관광객 500만 시대를 준비하고 청년들에게 부산에 머물러야 할 이유를 주기 위해 다양한 생활 인구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해양수산부 이전의 파생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