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 2026-01-19 20:00:00
19일 전남 영암군 영암청소년센터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영암군 도민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까지 뛰어들면서 정부가 불붙인 광역 행정통합 속도전이 전국으로 번졌다. 부산시와 경남도가 행정통합 실무 협의를 시작한 가운데 명실상부한 분권형 광역 지방정부 출범을 위해 부산시가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19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 실무협의체 착수 회의를 개최했다. 실무협의체는 양 시도의 기획조정실장을 공동 단장으로, 정책수석보좌관, 행정자치국장, 시도 연구원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협의체는 이르면 이달 중 양 시도지사가 공식 발표할 행정통합 관련 입장문과 대정부건의문에 담길 핵심 내용을 조율했다. 또, 시도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한 주민투표 방안을 포함해 행정통합 로드맵도 논의했다.
협의체는 이후 행정통합 추진 과정에서 양 시도의 쟁점과 정책을 조정하고 향후 제정될 특별법에 자치권 확보를 위한 권한 이양 등이 담길 수 있도록 중앙 부처와 국회를 상대로 공동 대응할 계획이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권고대로 주민투표를 통한 행정통합 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6월 지방선거 이후 주민투표와 특별법 제정을 거쳐 상향식 행정통합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통합 자치단체장 선출은 2030년 지방선거에서 가능할 전망이다. 양 시도가 차기 시도지사 임기 단축에 합의한다면 이르면 2028년 총선에서 통합 선거를 할 수도 있다.
지역에서는 부산·경남의 특성과 규모를 고려해 상향식 통합 원칙에 공감하면서도 정부발 행정통합 드라이브에서 부산시의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에 대응하는 축이 될 수 있는 상징성에다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부울경 메가시티) 출범 경험으로 통합을 가장 먼저 준비한 지역인데도 자칫하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놓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의 통합 인센티브안 발표 이후 대구·경북이 행정통합 속도전에 동참하면서 광역 행정통합은 정부의 ‘5극 3특’ 정책 가운데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초광역권(동남권, 대경권, 호남권, 중부권) 모두에서 본격화됐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2020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행정통합을 시도했지만 경북 북부지역의 반대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사퇴로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16일 연간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 지원 등 통합특별시 지원 방안을 발표한 이후 다시 불이 붙어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행정부시장이 20일 만나 통합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 권한대행은 19일 대구시청 동인 청사에서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되는 만큼 경북도, 정치권 등과 협의해 지방선거 때 통합단체장이 선출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 도지사도 전날 “행정통합은 오래 준비한 TK(대구·경북)가 동참해야 제대로 진행된다”고 먼저 손을 내민 만큼 대구·경북은 6월 지방선거 전 통합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분권 전문가들은 부산시가 상향식 추진과 동시에 정부에 실질적인 자치권·재정권 보장을 주도적으로 요구하고, 부산·경남 특별법 제정에 앞서 국회가 다음 달 중 처리할 통합 특별법에 분권형 광역 지방정부를 위한 권한 이양이 제도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 과정에서 부산시가 경남은 물론 다른 광역 지자체와 공동 대응을 이끌 수도 있다.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박재율 상임대표는 “정부의 통합 인센티브안은 중앙의 권한을 그대로 두고 시혜성 지원을 확대하는 것에 그치고, 지역 간 속도 경쟁을 시키는 방식의 특별법은 국가 운영 방식에도 맞지 않을 수 있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광역 행정통합 추진 기구를 구성해 실질적인 분권형 광역 통합 지방정부를 위한 제도적 틀에 합의하고, 2028년 총선에서 동시 지방선거를 하는 로드맵을 제안할 수 있고, 부산시가 그 과정에서 주도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