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콘텐츠가 안방극장에서 성과를 내면서, 드라마의 인기가 다시 원작의 지표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원천 지식재산권(IP)을 중심으로 한 기획과 운영이 시청률과 화제성은 물론 제작 효율성까지 뒷받침하며 콘텐츠 산업 전반의 주요 전략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최근 방영작 가운데 이 같은 구조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 사례는 드라마 ‘판사 이한영’이다. 이 작품은 네이버시리즈 웹소설을 원작으로, 네이버웹툰에서 웹툰화까지 진행된 IP다. 드라마는 방송 6회 만에 전국 시청률 11%를 넘기며 흥행 궤도에 올랐고, 방영 이후 2주간 원작 웹소설 다운로드 수는 티저 공개 전 대비 147배 증가했다. 동명 웹툰의 조회수도 같은 기간 20배 이상 늘었다. 드라마 성과가 곧바로 원작 소비 확대로 이어진 셈이다.
비슷한 흐름은 웹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tvN 드라마 ‘스프링 피버’에서도 확인된다. 이 작품은 원작 웹소설을 바탕으로 웹툰화된 뒤 드라마로까지 확장된 사례로, 영상화 이후 원작의 지표가 다시 상승했다. 드라마 공개일인 지난 1월 5일 이후 2주간 웹툰 조회수는 티저 영상 공개 전 동기간 대비 10배 증가했다. 드라마 방영을 계기로 웹툰과 웹소설이 재조명되며 IP 전반의 소비가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기획 단계부터 ‘동시 공략’을 선택한 사례도 있다. ‘은애하는 도적님아’는 드라마 방영 일주일 전 웹툰을 선공개하며 잠재 시청층을 선점했다. 드라마가 5회 시청률 7%를 기록하고 글로벌 플랫폼 순위권에 오르자, 웹툰 역시 독자 유입이 늘었다. 드라마 시청자와 웹툰 독자를 상호 연결하는 전략이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이러한 IP 활용은 드라마를 넘어 애니메이션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티빙은 지난달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테러맨’을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드라마 중심이던 웹툰 IP 활용이 애니메이션까지 넓어지며 IP 가치의 수명이 한층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선순환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산업적 효율성이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콘텐츠 IP 거래 현황조사’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원작 기반 콘텐츠를 선택하는 이유로 ‘원작과의 차이에 대한 궁금함’(38.4%)과 ‘원작에 대한 팬심’(34.6%)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원작 인지도가 초기 시청자 확보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기존 IP 활용의 장점은 분명하다. 같은 조사에서 방송 업계의 67.9%, 영화 업계의 61.0%가 제작비 절감 효과를 체감했다고 답했다. 제작 기간 단축 효과 역시 방송 업계 71.4%, 영화 업계 60.9%로 나타났다. 이미 검증된 서사와 시각 자료를 바탕으로 기획 단계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웹툰·웹소설 IP가 더 이상 ‘보조 재료’가 아니라, 흥행 가능성과 경영 효율을 동시에 계산할 수 있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고 본다. 한 콘텐츠 기획사 관계자는 “원작과 영상이 서로의 소비를 끌어올리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IP를 중심으로 한 기획 전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기본 전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