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프리츠커 건축상에 칠레 건축가 스밀얀 라디치 클라크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6-03-13 14:58:35

2026년 프리츠커 건축상에 칠레 건축가 스밀얀 라디치 클라크. 프리츠커 건축상 제공 2026년 프리츠커 건축상에 칠레 건축가 스밀얀 라디치 클라크. 프리츠커 건축상 제공

바람. 빛. 돌. 나무. 시간. 이러한 요소는 칠레 산티아고 출신의 크로아티아계 건축가 스밀얀 라디치 클라크(Smiljan Radic Clarke, 60)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2026년 제55회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0만 달러와 청동 메달이 수여된다. 하반기에 열릴 시상식은 전 세계의 건축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에서 개최된다.

심사위원단은 보고서에서 “스밀얀 라디치는 불확실성, 재료 실험, 문화적 기억의 교차점에 자리 잡은 작품을 통해 근거 없는 확신보다는 연약함을 중시한다. 그의 건축물들은 임시적이고 불안정하며 의도적으로 미완성된 듯 마치 사라질 듯 위태로워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이고 낙관적이며 고요하면서도 기쁨이 넘치는 안식처를 제공하며, 취약성을 삶의 경험에 내재된 조건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작품은 웅장하거나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절제되고 평온하며, 버스 정류장, 와이너리, 조각가의 작업실 등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다”면서 “소박한 조화와 꾸밈없는 우아함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내 건축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 항상 과대해석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모든 건축물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면, 예산, 규모, 용도, 재료는 다양하지만 모두 어떤 절제미를 추구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절제미란 모든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본질만 남기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심사위원장이자 2016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는 “그는 모든 작품에서 급진적인 독창성으로 난해한 것을 명확하게 드러내며, 건축의 가장 근본적인 토대로 회귀하는 동시에 아직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한계를 탐구한다”며 “세상의 변방에서, 극소수의 협력자들과 함께, 가혹한 환경 속에서 발전해 온 그의 작품은 우리를 건축 환경과 인간 조건의 가장 내밀한 핵심으로 이끌어준다”고 평했다. 칠레 출신 건축가로서는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당시 49세)에 이어 두 번째 프리츠커상 수상자다.

30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발전해 온 스밀얀 라디치의 건축 활동은 알바니아, 오스트리아, 칠레, 크로아티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영국 등지의 문화 기관, 공공 공간, 상업 건물, 개인 주택과 설치 미술 작품을 아우른다.

레스토랑 메스티소. 곤잘로 푸가, 프리츠커 건축상 제공 레스토랑 메스티소. 곤잘로 푸가, 프리츠커 건축상 제공

그의 주요 프로젝트 중에는 산티아고의 비센테나리오 공원 한쪽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 메스티소’(2006)처럼 땅 위에 세워지는 대신 부분적으로 땅속에 묻히거나 했으며, ‘피테 하우스’(칠레 파푸도, 2005)처럼 강풍이나 강한 햇빛을 피하도록 방향을 정하거나, 칠레 선사시대 미술관 증축 건물인 ‘칠레 콜럼버스 이전 시대 미술 박물관’(산티아고, 2013)처럼 완전히 철거하는 대신 기존 건물을 개조해 형태를 갖추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설계됐다.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이완 반, 프리츠커 건축상 제공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이완 반, 프리츠커 건축상 제공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영국 런던, 2014)에서는 반투명 유리섬유 셸이 거대한 하중 지지용 석재 위에 놓여 있다. 빛은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걸러지고, 공간은 부분적으로만 둘러싸여 방문객들은 주변 켄싱턴 정원과 완전히 단절되지 않으면서도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비오비오 지역극장’(칠레 콘셉시온, 2018)에서는 세심하게 설계된 반투명 외벽이 빛을 조절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음향 성능을 향상시킨다. 건축은 일종의 이야기 전달 수단이 되어, 질감과 질량이 형태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비오비오 지역극장(Teatro Regional del Biobio). 이완 반, 프리츠커 건축상 제공 비오비오 지역극장(Teatro Regional del Biobio). 이완 반, 프리츠커 건축상 제공

또한 ‘직각의 시를 위한 집’(칠레 빌체스, 2013)은 사색적인 휴식처를 상징하며, 빛과 시간을 포착하기 위해 위쪽으로 향하게 배치된 개구부는 고요함과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NAVE’(산티아고, 2015)에서 라디치는 자연재해로 손상된 20세기 초 주거 유산 건물을 재구성해 기존 구조를 유지하면서 개방형 공연, 리허설과 워크숍 공간으로 사용될 새로운 볼륨을 삽입했다. 위층에는 서커스 텐트로 덮인 옥상 테라스가 예상치 못한 가벼움과 지역 사회 행사로 구성된 임시 축제 분위기를 자아내며, 아래층의 견고하고 친밀한 공간과 대조를 이룬다.

NAVE, 공연예술센터. 크리스토발 팔마, 프리츠커 건축상 제공 NAVE, 공연예술센터. 크리스토발 팔마, 프리츠커 건축상 제공

칠레 밀라휴에 있는 ‘비냐 비크 와이너리’(2013)는 투명한 천으로 된 지붕이 마치 넓은 흰색 날개처럼 펼쳐져 있고, 경사진 산책로에는 물이 흐르고 있다. 오스트리아 크룸바흐에 있는 그의 ‘버스 정류장’(2013)은 콘크리트 지붕과 새집이 달린 단순한 유리 상자 형태이다.

이 외에도 제22회 칠레 건축 비엔날레(산티아고, 2023)를 위한 ‘구아테로’, ‘런던 스카이 버블’(런던, 2021), ‘찬체라 하우스’(칠레 푸에르토 옥타이, 2022), ‘프리즘 하우스’(칠레 콩길리오, 2020), 마르셀라 코레아와 공동 작업한 제12회 베니스 국제 건축 비엔날레(이탈리아 베니스, 2010)를 위한 ‘물고기 속에 숨겨진 소년’, 그리고 CR 하우스(산티아고, 2003) 등이 있다.

스밀얀 라디치 클라크는 1995년 설립된 그의 건축사무소 ‘스밀얀 라디치 클라크’의 창립자이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어난 그는 현재 고향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으며, 알바니아, 스페인, 스위스, 영국에서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2026 프리츠커상은 재단 이사장 톰 프리츠커와 제프리 엡스타인의 친분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연됐다. 톰 프리츠커는 지난달 하얏트 호텔 코퍼레이션 회장직에서 사임했지만, 프리츠커 재단의 이사와 부회장직은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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