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 | 2026-04-01 13:41:11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소속 포스코 사내하청노동조합이 24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박동해 기자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에서 8전 8패를 기록한 포스코가 소송을 지속할지를 두고 “빠른 시일 내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겠다”며 하청사들에 공문을 보냈다. 모든 소송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며 장기간 노동자와 싸움을 이어왔지만,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원청 책임 확대 압박이 커지자 직접고용 등 전향적 조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사내하청 노동조합은 직접고용이 되더라도 임금차별 등이 여전할 것으로 의심한다.
■불법파견 3·4차 소송, 대법 판결 앞둔 포스코 “빠른 결정”
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협력사 노사 대표로 구성된 상생협의회에 보낸 공문에서 “대법원의 ‘재판부 쟁점 논의’에 따라 당사는 사안의 중대함을 인식하고 있다”며 “협력사 직원들의 불안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 구체적인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적었다.
이는 상생협의회가 대법원에 계류 중인 3·4차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의 판결이 나기 전에 입장을 밝혀달라고 한데 따른 것이다. 상생협의회는 “사법부의 판단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의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 상생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지금이 포스코의 전향적이고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다”며 공식적인 입장을 요구했다.
포스코 사내하청 상생협의회는 포항·광양 지역 포스코 협력사 노사대표로 구성된 협의체다.
■10차 소송, 2000여명 소송참여…포스코 대법까지 ‘끝짱 싸움’ 지속
포스코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10차례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연전연패하고 있다. 2011년 처음 제기된 소송은 2022년 7월 대법원에서 노동자 최종 승소로 확정되며 제철업계 최초로 불법파견이 인정된 사례가 됐다.
이후 선행 판결을 근거로 3차(8명), 4차(215명), 5차(241명), 6차(79명), 7-1차(134명), 7-2차(9명) 소송이 제기돼 고등법원까지 노동자 측이 승소했고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8차(745명), 9차(186명), 10차(347명) 소송도 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으로, 전체 소송 참여 인원은 2000명을 넘어섰다.
연이은 패소에도 포스코는 대법원 최종 판단까지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노란봉투법 속 기류 변화…직고용돼도 ‘별정직’ 임금차별 우려
다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이 지난달 10일 시행되면서 회사의 부담은 한층 커진 상황이다. 해당 법 시행으로 하청 노동자도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면서, 유사 소송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 시절 취임해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포스코홀딩스 장인화 회장 역시 연임을 고려한다면 이재명 정부의 친노동 기조에 반기를 들긴 어려운 상황이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됐지만 지분 7.9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회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퇴임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포스코 역사상 연임 임기를 완주한 회장은 전임 최정우 회장이 유일하며, 그마저도 3연임을 앞두고 국민연금의 문제 제기로 후보군에서 제외되며 연임에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최근 전향적인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고 있는 만큼, 소송 취하와 함께 직접고용 또는 자회사 설립 후 정규직 전환 등의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장 회장도 지난달 24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머지않아서 확실한 결정을 내리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과거에도 불법파견 판결이나 추가 소송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회사와 협의회 간 유사한 공문이 반복됐다는 이유에서다.
사내하청 노조 등은 직접고용이 이뤄지더라도 처우 개선이 제한적일 것이고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는 2022년 대법원판결로 59명을 직접 고용하면서 생산기술직(E) 직군이 아닌 별정직(O) 직군을 새로 만들어 임금 등에서 차별을 지속하고 있다.
포스코의 한 하청 근로자는 “O 직군의 임금은 E 직군에 70~8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근로자는 “결국 직고용이 돼도 별정직으로 협력사 수준의 임금을 받아 차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30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 경영자(CEO) 서밋(Summit) '세션 10 : 탄력적이고 친환경적인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