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2026-05-20 20:30:00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BTS 공연과 2022년 부산 공연 현장 모습을 이용해 만든 티켓 이미지. 부산일보DB
‘암표근절법’ 시행 전 열리는 BTS 부산 콘서트가 ‘암표와의 전쟁’의 시험대가 됐다. 2022년 무료 공연 당시에도 수백만 원대 암표가 기승을 부렸던 만큼, 이번 유료 공연에서는 암표 시장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다음 달 12~13일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는 BTS 부산 콘서트(BTS WORLD TOUR ‘ARIRANG’ IN BUSAN) 예매 사이트에 접속하자 부정 거래에 대한 경고문부터 나타났다. 공연 주최 측이 예매 시작 단계부터 암표 거래 차단에 나선 것이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양일 콘서트 모두 예매율 99%를 기록 중이며, 취소표 등을 구하려는 대기 인원만 4만 100여 명에 달했다. BTS 부산 콘서트는 지난 4월 29일 선예매에서 전 회차 완판된 것으로 알려져 현재 티켓 구매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이미 중고사이트에선 암표가 의심되는 글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한 중고 사이트에는 BTS 부산 콘서트 한 자리가 58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해당 글에는 ‘거제1동에서 만나서 직거래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콘서트 정가는 좌석 별로 19만 8000원~26만 4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중고 거래에서 배 이상 폭리를 취하는 암표 거래인 셈이다. 해당 글은 약 40분 만에 ‘이 상품은 더 이상 판매되지 않는다’며 사라졌다.
직장인 박 모(32·연제구) 씨는 “선예매 첫날부터 접속 대기만 하다 결국 표를 구하지 못했는데, 중고 사이트에 버젓이 수십만 원의 웃돈을 붙여 파는 글을 보니 허탈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앞서 2022년 부산에서 열린 BTS 무료 콘서트 당시에도 암표 거래가 극성을 부렸다.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과 해외 티켓 재판매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일부 입장권은 한 장에 400만 원 안팎까지 거래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유료로 진행되는 만큼 상황이 더 심각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9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BTS 콘서트에서 암표 매매에 가담한 20대 중국인 여성 A 씨가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 씨에게서 팔찌 형태의 티켓 30여 개를 압수했다.
이처럼 암표상이 암암리에 활개치고 있지만, 법령의 한계 탓에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 BTS 부산 콘서트에는 이른바 ‘매크로법’으로 불리는 현행 공연법(제4조의2) 규정이 적용된다. 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암표상을 처벌하기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티켓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직접 입증해야만 한다. 만약 매크로를 쓰지 않고 손으로 직접 암표를 구했거나 수사기관이 매크로 사용 여부를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 수준이 약한 경범죄처벌법만 적용될 뿐이다. 경범죄처벌법상 암표 매매는 20만 원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는다.
이번 공연은 오는 8월 시행되는 이른바 ‘암표근절법(공연법 일부개정안)’ 이전 열리는 사실상 마지막 초대형 K팝 공연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국회는 지난 1월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재판매 목적의 ‘부정구매’와 ‘부정판매’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확대하고, 판매금액의 최대 50배 이하 과징금과 범죄수익 몰수·추징 규정을 신설한 ‘암표근절법’을 통과시켰다. 다만 이 개정법은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어, 이번 BTS 공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암표 문제는 공연 시장 전반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전국 공연 암표 신고 건수는 2023년 2161건, 2024년 2224건, 2025년 1649건으로 집계됐다. 부산의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8월 법 시행 전까지는 제도적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만큼, 이번 공연이 진화하는 암표 거래를 어디까지 막아낼지가 최대 관심사다”고 말했다.
부산 경찰도 비상에 걸렸다. BTS 공연 기간 동안 온라인 모니터링과 오프라인 현장 단속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 내 불법 게시물을 집중 감시하는 동시에, 공연 당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일대에 인력을 배치해 현장 암표 매매와 대리 입장 유도 행위를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소속사 하이브 측과 암표 단속을 위해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암표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만큼, 최대한 현장에서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