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삶의 질과 여명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가 저작 기능이다. 치아 부실로 씹고 뜯을 수 없게 되면 가장 먼저 단백질 섭취가 준다. 이는 영양 불량·근 감소·노쇠가 도둑처럼 찾아오는 계기를 만든다. 인류 수명의 획기적 개선은 상하수도와 공중 보건 체계 덕분이지만 자양 강장의 도구가 된 틀니와 임플란트의 역할도 빼놓을 수가 없다. 대한치과보철학회는 7월 1일을 ‘틀니의 날’로 제정하고 실버 세대의 구강 건강 중요성을 환기하고 있다. 임플란트는 비용 부담이 있고 만성질환자는 제한적인 데 반해 틀니는 보험이 적용되고 장착도 수월하다. 65세 이상 2명 중 1명이 틀니를 사용할 정도로 대중적인 이유다.
그런데 노년기의 삶을 지탱하는 틀니조차 혐오의 대상이 됐다. 의성어 ‘딱딱’과 벌레 충(蟲)이 결합한 ‘틀딱충’이라는 멸칭이 등장한 것이다. 이 표현은 매너를 지키지 않는 늙은 빌런에 한정하지 않고 중장년 모두를 싸잡아 비하하는 용도로 고착됐다. 비슷한 사례가 할머니에 매미를 붙인 ‘할매미’다. 시끄러운 존재라는 경멸이다. 달팽이관 신경세포가 퇴행하는 노인성 난청은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다. 잘 들리지 않으면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병약해진 노년층을 벌레 취급하며 조롱거리로 삼는 행태는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
고령 운전자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부산서 또 70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지난 23일 부산 사하에서 발생한 사건을 전하는 한 뉴스는 제목부터 ‘나이 탓’에 초점을 두고 있다. 사고의 원인이 불명확한데도 ‘또’를 강조해 늙어서는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된다는 인식을 부추긴다.
과연 나이만으로 도로 위의 시한폭탄으로 단정할 수 있을까?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접속해 2025년 교통사고를 가해자 연령별로 구분해 봤다. 65세 이상이 23.7%로 가장 많았고, 50대 21.2%, 40대 15.8%, 30대 13.4%의 순이었다. 65세 이상이 1위지만 초고령화 때문에 이미 인구 비중이 22%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정 연령대의 문제로 일반화하기는 무리다. 오히려 면허 소지자 100명당 사고 건수로 비교하면 20세 이하가 1위다.
40년 뒤인 2066년에 65세 이상 인구는 47.0%로 추산된다. 이대로라면 인구 절반이 혐오와 배제를 당하는 사회가 된다. 인류사에서 처음 맞는 100세 시대다. 이제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 못지않게 함께 늙어가는 공동체의 품격을 고민해야 할 때다.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