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보다 더 진한 세 남자의 인생담

■레스토랑 센츠 3인3색

박민욱 소믈리에
후각 장애 극복한 바리스타 출신
늦깎이로 도전해 국가대표까지

최석명 소믈리에
호텔경영학 전공해 바텐더 5년
와인 자격증 따며 또다른 도전

조용남 셰프
요리대회 48번 도전 각종 수상
호텔부터 만둣집까지 각종 수련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2026-07-17 09:00:00

센츠(Scents). 이름처럼 향기가 먼저 퍼졌다. 국가대표급 소믈리에들이 어떻게 한곳에 모였을까. 한 사람은 바리스타, 또 한 사람은 바텐더로 시작도 달랐다. 나이도 한참 차이 나는 두 소믈리에가 공동대표이자 동료가 되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여기에 중학생 때부터 요리에 뜻을 세우고 온갖 대회에 나가 상을 휩쓴 20대 젊은 셰프가 가세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지하에는 이 세 명이 A부터 Z까지 모든 일을 해내는 작은 공간 센츠가 있다. 와인바, 비스트로, 가스트로노미 등 규정하는 이름은 제각각이다. 뭐가 되었든 블루리본서베이 2026 첫 등재와 동시에 리본 2개를 얻을 만큼 실력은 입증이 되었다. 3인 3색이었다. 이들이 털어놓는 이야기에선 각각 다른 향기가 흘렀다. 요즘 대중적인 관심을 많이 받는 셰프, 소믈리에, 바텐더, 바리스타 같은 직업에는 이런 애환이 있었다.


센츠의 최석명, 박민욱 소믈리에와 조용남 셰프(왼쪽부터). 센츠의 최석명, 박민욱 소믈리에와 조용남 셰프(왼쪽부터).

■천신만고 끝에 국가대표 소믈리에

센츠의 맏형 박민욱(40)소믈리에는 2019년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하고, 아시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에 국가대표로 두 번이나 출전했다. 그러다 보니,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타고난 거 아니에요?”이지만 전혀 모르는 소리다. 그를 잘 아는 친구들은 지금도 “쉰밥도 모르고 먹던 네가 어떻게 소믈리에를 하느냐?”라며 놀린다. 16세부터 부모 도움 없이 자립해 힘들게 산 걸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릴 때 다친 한쪽 코는 후각 장애로 향을 거의 맡지 못하니 타고난 건 별로 없는 셈이다.


박민욱 소믈리에는 2019년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했다. 박민욱 소믈리에는 2019년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 나갔다. 고시병에 걸린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매년 우승 후보였지만 2017년 3위, 2018년 2위로 눈물을 삼켰다. 2019년 드디어 1위에 올랐다. 우승한 뒤 무대에서 너무 많이 울어서 지금까지 놀림받는다고 한다.

출발은 바리스타였다. 경찰공무원 시험에서 잇따라 떨어진 뒤 커피를 좋아하는 어머니의 권유로 커피 공부를 시작했다. 열심히 배운 뒤 이력서를 넣었지만 여기서도 문전박대였다. 치렁치렁한 장발에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서 그런지도 몰랐다.

서면의 한 호텔에서 바리스타로 시작했는데 여기 사장님이 와인 공부를 권했다. 와인을 알면 F&B(식음료) 일을 하는 데 좋은 무기가 될 것이라는 조언이었다. 늦깎이로 국내에 하나밖에 없던 마산대 국제소믈리에과에 들어갔다. 버스로 마산을 오가며 수업을 듣고, 부산에 돌아와서는 오토바이로 직장에 다니며 소믈리에로 성공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센츠는 블루리본서베이 2026 첫 등재와 동시에 리본 2개를 얻었다. 센츠는 블루리본서베이 2026 첫 등재와 동시에 리본 2개를 얻었다.

처음에는 해외에 대한 갈망이 컸지만, 경제사정을 고려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유학을 다녀와야 꼭 좋은 소믈리에라고 한다면, 좀 덜 좋은 소믈리에가 되겠다”라고 마음을 돌렸다. 대신에 요리 공부를 많이 한다. 요리책과 쿡북을 즐겨보고, 처음 10년은 빚더미에 앉을 정도로 와인도 많이 사고 많이 돌아다녔다. 그래서 음식을 잘 모르는 소믈리에로 보는 게 속이 상할 때도 있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소믈리에나 바리스타는 즐기면서 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서비스맨이고 호스피탈리티(환대) 업이기 때문에 서비스 정신이 우선이고, 그 뒤에 와인이나 커피가 무기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더 큰 꿈 위해 바텐더에서 소믈리에

센츠 최석명(32) 공동대표는 원래 바텐더나 소믈리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호텔에 취직했지만, 그건 좋아하는 운동을 하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어느 날 호텔에 바텐더 자리가 비면서 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의가 와서 승락하니 그 다음주부터 바로 바텐더로 일하게 됐다.


바텐더로 시작한 최석명 소믈리에. 바텐더로 시작한 최석명 소믈리에.

그런데 아무도 돌봐주지 않았다. ‘쉐이킹(음료와 얼음을 넣고 흔들기)’이나 ‘스터(휘젓기)’ 같은 기본 기술도 혼자서 연습해야 했다.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바텐더 영상을 찾아보면서 직장과 집에서 계속 연습했다. 노력한 만큼 단시간에 빠르게 성장했다. 바텐더 관련해서 조주기능사라는 국가 공인 자격증도 있지만 실제 바텐더 일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5년을 바텐더로 일하며, 술과 많이 가까워졌다.

어느 날 자주 오는 손님이 명함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홀에서 일하던 직원들에게는 명함이 안 나오던 시절이었다. 그 손님은 호텔 프런트로 찾아가 바텐더도 명함이 필요한 일이 있는데 왜 안 만들어주느냐고 항의했다. 그 결과로 홀 직원 모두에게 명함이 만들어졌다. 2020년의 일이었다. 바텐더 세계에서는 월드 클래스라고 하는 큰 대회가 있지만 출전하지는 않았다. 대회에 나가서 성적을 내고 이름을 날리는 것보다 묵묵하게 자기 일을 더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센츠는 와인바이면서 콜키지도 가능하다. 센츠는 와인바이면서 콜키지도 가능하다.

호텔 분위기는 바텐더가 칵테일만 할 수 없게 바뀌어 갔고, 와인 자격증을 따면서 와인에도 관심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바텐더만 하기보다 영업장 전체를 아우르면서 고객들한테 좋은 경험을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바텐더를 내려놓고 소믈리에가 되었지만, 바텐딩은 여전히 그의 숨은 무기이다. 호텔을 나와 레스토랑에서 매니저로 일하며 와인 페어링 대신 칵테일을 내놓아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바텐더로 가까이에서 손님을 마주하고 대화를 주고받았던 게 지금까지 많이 도움이 된다. 이처럼 바텐더 경험을 가지고 소믈리에로 일하며 양쪽 분야를 다 아는 게 큰 장점이 되었다. 최 대표는 “바텐더나 소믈리에는 매력적인 직업이지만 일을 위해서 자신을 포기할 정도로 노력할 준비가 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요리대회 48번 나간 20대 셰프

조용남(29) 셰프가 요리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중3 때였다. 엄격했던 아버지는 아들이 공부해서 ‘사’자 직업을 가지길 원했다. 흔한 알바도 못 하게 했다. 요리사가 되겠다는 말을 꺼내면 어떤 반응이 올지 짐작이 되었다. 중학생이었던 조 셰프는 뷔페에서 몰래 알바를 한 돈을 모아서 아버지께 처음으로 밥을 사드렸다. 그때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고백했다. 맞을 각오까지 했지만 아버지는 의외로 반대를 안 하셨다.


요리대회에 48번이나 나간 조용남 셰프. 요리대회에 48번이나 나간 조용남 셰프.

부산정보관광고를 거쳐 대학교에도 원하는 조리과에 들어갔다. 학창 시절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요리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부터 요리 대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나간 대회를 세어 보니 총 48개가 되었다. 교육부,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부 장관상 등 장관상은 모두 받았다. 부산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는 금·은·동을 휩쓸고, 인생 최고 목표로 생각하고 5년을 준비해 2020 전국기능경기대회에 나갔다. 거기서 실수로 2위에 머문 일은 아직도 너무 아쉽다. 지금 아니면 그렇게 열정을 쏟기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센츠의 시그니처 메뉴 ‘몽돌’. 센츠의 시그니처 메뉴 ‘몽돌’.

대학 졸업 뒤에는 서울에 올라가서 호텔부터 만둣집까지 겹치지 않는 요리 장르에서 많이 돌아다녔다. 이 모두를 요리사로서 수련의 과정이라고 봤다. 조 셰프는 프렌치 요리를 기초로 아시안 터치를 하거나, 아시안 요리에 양식 터치를 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발효와 아시아의 느낌’을 내세우는 센츠와는 결이 잘 맞았다. 센츠의 시그니처 메뉴 ‘몽돌’(돌멩이)도 그렇게 나왔다. 시커멓고 딱딱한 돌덩이인 줄 알았는데 부드러운 도미 튀김이었다. 오징어 먹물을 이용해서 만든 놀라운 요리였다.

집에서 메뉴를 짜서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콘셉트로 ‘주인장의 용마카세’라는 유튜브도 운영했는데, 그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 진짜 한정식도 배우고 싶고 중식당 들어가서 웍도 돌려보고 싶은 열혈 청년 요리사가 현재의 모습이다. 조 셰프는 “맨날 하던 걸 하면 스스로가 존재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에 항상 새로운 메뉴를 짜고 있다. 언젠가 외국에 나가서 배우고 싶지만 지금은 센츠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흑돼지 상등심을 숯불로 구워서 냈다. 흑돼지 상등심을 숯불로 구워서 냈다.

우리 모두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고,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간다. 우리가 먹는 밥과 술과 차에는 수많은 사람의 노고와 함께 그들의 성장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것 같다. 맛있게 먹고 나오면 그만이지만, 한 번쯤 물어 보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이처럼 좋은 향기가 전해질지도 모르겠다. 사진 제공=블로거 ‘울이삐’, 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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