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짝 마른 논, 까맣게 탄 벼… 폭염·가뭄에 타들어가는 농심 [부울경 극한 폭염]

평균 저수율 예년의 절반 수준 이하
‘경계’ 단계 격상 농업용수 공급 ‘비상’
단시간 내 해결 기미 없어 더 큰 문제
다급한 지자체 잇따라 기우제 열기도

최환석 기자 chs@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2026-08-02 18:21:07

폭염과 가뭄의 영향으로 지난달 31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추곡저수지의 바닥이 갈라져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추곡저수지의 저수율은 7.4%로 평년 86.8% 대비 약 8.52% 수준이다. 연합뉴스 폭염과 가뭄의 영향으로 지난달 31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추곡저수지의 바닥이 갈라져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추곡저수지의 저수율은 7.4%로 평년 86.8% 대비 약 8.52% 수준이다. 연합뉴스

“1970년대 녹색 혁명 바람이 불 때 농사를 짓기 시작했는데, 올해 같은 가뭄은 50년 이래 처음이라.” 2일 경남 양산시 원동면 화제리에서 벼농사를 짓는 농민 김수태(78) 씨가 바짝 마른 논바닥을 가리키며 한숨을 쉬었다. 벼 이삭이 나오기 시작한 시기에 연일 불볕더위와 가뭄으로 경남과 울산 농가의 농업용수 고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경남도에 따르면, 이날 밀양댐은 저수율 33.3%, 저수량 2450만t을 기록하면서 가뭄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경계’ 단계는 가장 높은 ‘심각’ 바로 아래 단계로, 밀양댐 농업용수 공급이 전면 중단까지 검토되는 상황이다. 밀양댐은 현재 경남 양산시·밀양시·창녕군 3개 시·군에 용수를 공급하는 주요 수원이다.

이날 기준 경남 18개 시군 가운데 밀양시·양산시·의령군·산청군이 농업용수 가뭄 ‘경계’ 단계에 포함됐다. 이날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 기준으로 한국농어촌공사 경남지역본부 관리 저수율은 40.5%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저수율은 55.9%로, 경남은 제주 다음으로 낮다.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경남 저수지는 569개로, 이날 저수량은 1억 491만t을 기록했다. 평년(1만 9301만t)의 54% 수준이다.

울산에서도 폭염과 가뭄이 겹치면서 식수와 농업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무엇보다 농업용수 부족이 심각하다. 이날 울산 저수지 82곳의 평균 저수율은 39.9%로 평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농경지가 밀집한 울주군 저수율은 37.8%로 가뭄 ‘경계’ 단계에 진입했다. 울주군 언양읍 오룡저수지는 저수율이 5.3%로 평년의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져 ‘심각’ 단계에 진입했다. 저수지 바닥은 거북등처럼 갈라졌다.

식수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1~7월 울산의 누적 강수량은 382.2mm로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2일 기준 울산 식수원인 대곡댐 저수율은 7.0%, 사연댐은 17.8%로 크게 떨어졌다. 실제로 퍼 올릴 수 있는 물의 양을 뜻하는 사연댐 유효저수율은 3.38%에 불과하다. 회야댐의 유효저수율도 예년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에 울산시는 지난달 24일부터 40km 밖 낙동강 원수를 하루 9만 3000t씩 사들이고 있으며, 하루 물 구입비만 2193만 원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가뭄 상황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름철 정체 전선 부재로 최근 6개월 동안 경남 강수량은 평년의 64.2% 수준을 기록했다. 8월 중순까지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돼 당분간 기상 가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부울경 가뭄 해소에 필요한 강수량은 0.1~178.4mm다.

농민들은 벼 이삭이 나오기 시작해 매일 물을 원활하게 공급해야 하는 시기에 가뭄으로 농업용수 공급 차질을 빚으면서 벌써 흉년 걱정이 앞선다. 일부 논에서는 강한 햇볕으로 이미 벼가 새까맣게 탄 흔적도 확인된다. 김수태 씨는 “밤낮 없이 물이 공급돼야 하는데 농어촌공사에서 물을 찔끔찔끔 공급하는 탓에 논바닥은 바싹 마르고 햇볕에 고온 장해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확기를 앞둔 울산 특산물 ‘울산 배’는 과실 크기가 예년의 70~80% 수준에 머물면서 생육에 직격탄을 맞았다. 계곡물이 마르자 먹이를 찾아 내려온 멧돼지가 과수원을 파헤치는 2차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피해가 커지자 울주군 등 지자체는 가뭄 대응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양수기와 살수차를 투입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가뭄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경남 일부 지역에서는 단비를 기원하는 전통 기우제가 잇따라 열렸다. 양산 가야진용신제보존회는 지난달 30일 오후 원동면 용당리 가야진사에서 나동연 양산시장과 용신제 관계자, 지역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단비를 기원하는 기우제를 열었다. 창녕군과 창녕군농업인단체협의회, NH농협 창녕군지부는 지난달 28일 창녕읍 교리 사직단에서 가뭄 극복을 위한 단비를 기원하는 기우제를 봉행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용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경남 등 가뭄 지역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57억 5000만 원을 긴급 지원할 계획이다. 경남도도 재난관리기금 5억 원을 투입해 지하수 취수 시설 확충 등 식수난과 농업용수 갈증을 해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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