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 2026-09-20 18:17:26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 등이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경영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의 잇따른 금리 인상이 국내외 시장금리와 환율, 자금 시장으로 파장이 번지면서 업종별로 자금 조달과 수출 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20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연준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기존 3.50~3.75%에서 3.75~4.00%로 0.25%포인트(P) 인상한 데 이어 일본은행도 기준금리를 1.25%로 0.25%P 올렸다. 일본의 기준금리는 1995년 이후 3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도 지난 10일 3대 정책금리를 0.25%P씩 인상했다.
이 같은 주요국과 기관들의 금리 인상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하나금융연구소 민현하 연구원은 지난 18일 낸 보고서에서 “시장의 과도한 불안감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물가 지표 발표마다 미국의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고금리와 이자부담 확대의 악순환, 기업들의 조달 부담 확대, 글로벌 금리 변동성 확대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미국 국채금리와 글로벌 시장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고, 이는 국내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다시 발행하거나 신규 투자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은 이전보다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한다. 변동금리 차입금 비중이 높은 기업은 기존 차입금에 대한 이자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최근 급락하던 원달러 환율의 반등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7일 원달러 환율이 1334.7원으로 2년여 만에 1330원대로 떨어졌지만 금리 인상 등으로 20일 오전 11시 현재 1390원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수출 기업은 원화 환산 매출이 늘어나겠지만, 반대로 원유와 천연가스, 원자재, 장비 등 수입 비중이 큰 기업은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해외 생산기지와 설비투자가 많은 기업의 투자 비용도 증가할 수 있다.
업종별로는 대규모 설비투자와 원유 수입 비중이 큰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항공 업계는 항공유와 항공기 리스 비용 등을 달러로 지급하는 만큼 환율 상승이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경우 순외화부채는 상반기 기준 약 56억 달러로 부담이 적지않다. 원화 약세로 해외여행 비용이 늘어나면 여객 수요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업계는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소비자의 할부금 부담 증가에 따른 판매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조선 업계는 선박금융 비용 상승으로 신규 수주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인공지능(AI) 사이클이 여전히 유효한 반도체 산업은 생산능력 확보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금리 상승과 무관하게 필요한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금리 인상은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에 미칠 영향이 더욱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IBK투자증권 정용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고금리가 장기화할수록 상대적으로 재무 여력이 취약한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이 먼저 커지고, 기업 간 양극화가 신용위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