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쪽방촌의 여름나기' 창문 없는 방 한 칸, 선풍기 한 대로 버텨

숨 막히는 열기에 금세 땀 범벅
폭염 속 공동 화장실 이용 곤혹
에어컨 생겨 그나마 살 만해도
조리 기구 열기 방안에 그대로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2026-08-02 18:23:27

지난달 31일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한 쪽방촌 자택에서 김 모(78) 씨가 이부자리에 앉아 더위를 견디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지난달 31일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한 쪽방촌 자택에서 김 모(78) 씨가 이부자리에 앉아 더위를 견디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실외 공동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쪽방촌 주민에겐 1년 중 여름이 가장 힘겨운 시기야. 폭염을 뚫고 겨우 화장실로 가면 답답하고 뜨거운 공기 때문에 숨이 턱 막혀. 여기서 쪼그려 앉아 있으면 금방 땀 범벅이 되고 온몸이 아파와. 여름에는 화장실 가는 일이 제일 무서울 정도야.”


지난달 31일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한 쪽방촌에 거주하는 주민 황 모(91) 씨는 얼굴에 흐르는 땀을 연신 닦으며 뜨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황 씨는 여름에 화장실 가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전했다. 이날 황 씨의 집은 가마솥을 방불케하는 열기로 후끈했다. 황 씨는 선풍기 하나에 의존해 더위를 견뎠다. 벽 온도는 32도가 넘고, 선풍기 바람조차 미지근했다. 그는 바람이 통하도록 창문과 대문을 열어두었는데, 이곳으로 날벌레들이 날아 들어와 집 안을 휘젓고 다녔다. 방 안쪽에 지원 받은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만, 황 씨는 전기요금 걱정에 거의 틀지 않는다고 했다.

같은 날 인근에 위치한 김 모(78) 씨 자택. 〈부산일보〉 취재진이 뒷문을 열고 들어가자 알싸한 모기향 냄새와 함께 후텁지근한 공기가 덮쳤다. 이곳은 김 씨가 욕실 겸 부엌으로 사용하는 공간이었다. 가스레인지에 불이 꺼진 상태에서도 벽 온도는 34.3도에 육박했다.

복지부가 쪽방촌 에어컨 설치 사업을 본격화하며 이달 김 씨 집에도 에어컨이 마련됐다. 김 씨는 취침 시간을 제외하면 온종일 에어컨을 26도로 틀어 놓는다. 에어컨을 틀었지만 김 씨가 주로 생활하는 공간인 이부자리도 온도는 여전히 28.5도였다.

에어컨과 가까운 곳 벽 온도는 약 29도, 에어컨 바람이 잘 들지 않는 현관 쪽 온도는 32.2도로 더 높았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고 숨을 쉬기도 힘든 정도였다. 특히 집안 곳곳에서 모기들이 쉴 틈 없이 달려들어 대화에 집중하기도 힘든 지경이었다.

김 씨는 “외식 물가가 비싸 보통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데 부엌에서 불을 켜고 요리를 해야 할 때가 가장 덥고 힘들다”며 “에어컨이 생겨 지금은 살 만하지만 지난해 여름은 정말 고통스럽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쪽방촌은 폭염에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인 만큼 부산시와 복지부는 관련 지원에 나서고 있다. 부산진구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부산의 쪽방촌 916가구 중 90%가 넘는 곳에 에어컨 등 냉방기기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쪽방촌에는 여전히 ‘무더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냉방비 지원에도 부담을 우려해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 세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폭염 장기화에 따라 쪽방 주민 추가 지원을 위해 부산시도 국비를 추가로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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